감사원이 서울대병원에 대한 ‘쌍끌이’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한국 최고의 병원이 정치권력에 휘둘리면서 스스로 수모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9일부터 김영재 원장의 외래진료교수 위촉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전자의무기록 무단열람과 이에 대한 부실·축소 대응 논란에 대해서도 지난 12일부터 감사를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1885년 한국 최초의 국립병원인 광혜원에서 출발했다. 국립서울대 의과대학·치과대학 부속병원을 거쳐 1978년 ‘서울대학교병원 설치법’에 따라 특수법인 병원으로 개편됐다.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명실상부한 국가 중심 의료기관이지만 지난해 5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서창석 병원장이 임명된 뒤로 정치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감사 두 건 모두 서 원장이 직접 연루됐거나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 원장 임명 배경에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수차례 제기된 상태다.
국정을 농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씨의 단골 의사였던 김 원장은 지난해 7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성형외과 외래진료교수로 위촉됐다가 2주 만에 해촉됐다. 김 원장이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여서 자격 논란과 외부 개입 의혹이 있었다.
임상교수로 재직한 경험이 없던 김 원장은 당시 ‘기타 원장이 인정하는 자’라는 자격을 얻어 위촉됐다. 서 원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김 원장의 위촉이 의결을 거치지 않는 등 내규를 위반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동안 서울대병원 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감사원은 김 원장의 위촉 과정 전반을 확인하고 있다. 또 서 원장이 부당한 방법으로 김 원장의 수술용 실을 서울대병원의 진료재료로 등록했는지도 보고 있다. 서 원장은 지난달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김영재 봉합사(수술용 실)’를 진료재료로 사용할 수 있게 병원에 신속한 등록을 요청했다”며 사실상 특혜를 인정했다.
백 농민의 전자의무기록 무단열람 사건도 감사 대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백 농민의 전자의무기록이 무려 2만7178건이나 비정상적으로 조회됐고 고인과 무관한 부서에서도 무단 열람됐다”며 의무기록이 외부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대병원은 자체 조사 결과 86명이 업무 외 목적으로 열람했다며 이들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대면조사 한 번 없이 서면조사만 했다. 부실 조사 논란이 일었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서울대병원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 백 농민의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병사’라고 작성했던 백선하 교수는 210차례에 걸쳐 의무기록을 열람했다. 신찬수 전 진료부원장은 18차례나 무단으로 열람했다. 감사원은 이들이 기록을 외부에 유출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에서 환자의 진료기록이 무단 유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몸속에 있던 한방용 침을 촬영한 X선 사진이 유출돼 진상조사까지 벌였다. 지난해 11월에도 전공의 2명이 유명 여성 연예인이 병원 응급실에 방문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무단으로 유출해 징계를 받았다. 의료법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가 환자의 정보나 전자의무기록 등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서울대병원에서 현행법 위반 사항이나 조직적인 은폐 정황이 밝혀지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도 검토할 계획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단독] 정치 공방 휘말린 ‘서울대병원의 수모’
입력 2017-01-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