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이면 결혼 제도가 사라지고 90%가 동거로 바뀔 것”이라고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1999년 ‘21세기 사전’에서 예언했다. 18년이 지난 2017년 현재 한국사회에서 아탈리의 분석은 특별하지 않다. 한국의 20, 30대 청년 중 절반 정도는 10년 뒤면 ‘웨딩마치가 생략된’ 사실혼(동거)이 일반적인 결혼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했고, 40% 정도는 결혼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각자 삶을 사는 졸혼(卒婚)을 긍정적으로 봤다. 전통적 의미의 결혼·가족 개념이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고질적인 남녀 간 불평등한 가사노동 관계와 계층 간 경제 불균형 심화현상이 전통적인 가족 해체를 가속화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명 중 1명 “동거 성행할 것”
결혼정보 회사 듀오와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함께 운영하는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가 25일 ‘미혼 남녀의 혼인·이혼 인식’ 보고서를 내놨다. 전국 25∼39세 미혼 남녀 1000명 중 46.9%는 10년 후 ‘사실혼(동거)’이 현재와 같은 형식의 결혼을 제치고 보편적인 결합 형태가 될 것이라고 봤다. 기존 혼인 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견해는 33.9%에 그쳤다. 이 외에도 ‘계약결혼’(9.1%) ‘졸혼’(8.1%) 등이 미래에 성행할 결혼의 모습으로 꼽혔다.
미혼 남녀 중 39.2%는 졸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소득이 높을수록 졸혼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졸혼은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2004년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을 통해 만들어낸 표현으로,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가 법적 혼인관계는 유지한 채 남편과 아내의 의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것을 말하다.
전문가들은 미혼 남녀의 결혼 인식이 바뀌는 이유를 한국사회가 그만큼 다양한 삶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는 과거와 달리 동거, 졸혼 등에 대한 사회의 관용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다양한 형태의 삶의 방식을 실험해보고 있는 단계”라며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실제 실천은 다를 수 있는데 이 괴리가 얼마나 좁혀지느냐에 따라 사회의 변화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사노동이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돼 있는 현실이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사에서 남녀 각각 49%, 55.4%가 가사와 자녀 양육 분담을 명시하는 방식의 혼전계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통계청의 '2016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가사 분담을 공평하게 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의 경우 17.7%에 그쳤다.
"새로운 정책 필요"
이미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 형태를 거부하는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도 가족 해체의 단면이다. 한국사회는 이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 15.5%에서 2016년 27.6%까지 증가해 4인 가구보다 많았다. 2020년까지 그 비율이 29.6%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조사 결과 혼자 사는 이들은 건강 상태가 더 나빴다. 특히 만성질환율, 외래진료 경험률, 입원율, 우울 의심률, 자살 생각 등에서 격차가 컸다. 1인 가구인 중년층(40∼64세)의 만성질환율은 64.8%로 다인 가구(44.0%)보다 1.5배 높았다. 우울 의심률은 27.2%로 다인 가구(8.8%) 대비 3배 많았다. 이밖에도 외래진료 경험률(83.9%), 입원율(12.4%), 자살 생각(13.9%) 모두 다인 가구보다 각각 4.4% 포인트, 4.2% 포인트, 10.9% 포인트 높았다. 또 1인 가구는 혼자 식사를 하며 제대로 된 영양 섭취를 하지 못했다. 35.8%가 식사를 대충한다고 답했고, 인스턴트식품을 먹는다는 응답도 19.2%였다.
개발원은 "미국이나 유럽의 1인 가구는 고소득층인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 1인 가구는 빈곤층 비율이 41.1%로 높기에 우리 실정에 맞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며 "건강 취약계층 진입 위험이 있는 1인 가구의 건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업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국가의 정책은 현재 국민 필요를 충족하는 측면이 있지만 올바른 삶의 형태로 변화시키는 측면도 있다"면서 "한국사회의 가족 형태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를 모으고 그것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성민 김동우 임주언 기자 wood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투데이 포커스] “10년 후엔 결혼보다 동거”… 우려되는 가족해체
입력 2017-01-25 17:40 수정 2017-01-25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