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표현의 자유 인정… “박유하 무죄”

입력 2017-01-25 18:43 수정 2017-01-25 21:06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사진)세종대 교수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상윤)는 25일 “일부 명예훼손적 사실 적시가 인정되지만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책에서 개진한 견해에 대해 비판과 반론이 제기될 순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치판단 문제라 법원이 수행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을 벗어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검찰이 명예훼손으로 지적한 35곳 중 30곳은 의견표명에 해당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사실을 적시한 5곳 중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중 자발적 위안부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2곳은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표현에 해당하지만 피해자를 특정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개개의 사람을 특정하지 않고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라는 집단만을 표시했다”며 “피고인의 위 표현으로 집단의 개별구성원인 고소인들의 명예까지 훼손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이 끝난 후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유죄를 (선고)해야 하는데 이건 안 된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제국의 위안부’는 2013년 8월 출간된 이후 학계 안팎에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비난이 봇물을 이뤘지만, 박 교수를 법적으로 단죄할 경우 학문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논란은 이 책이 일본의 위안부 강제연행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는 해석 때문에 불거졌다. 법원에 따르면 ‘제국의 위안부’에는 “‘위안’은 가혹한 먹이사슬 구조 속에서 실제로 돈을 버는 이들은 적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수입이 예상되는 노동이었고 그런 의미에서는 ‘강간적 매춘’이었다. 혹은 ‘매춘적 강간’이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법적 대응에 나섰고, 이 책의 출판·판매·광고 등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박 교수 주장을 반박하는 학자들의 책도 잇달아 출간됐다.

공방은 검찰이 2015년 11월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본격화됐다. 일부 대학교수나 작가 등은 “저작물을 법정에서 단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검찰 기소 사유는 타당하지 않다” 등의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박 교수도 온라인을 통해 ‘제국의 위안부’를 무료 배포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 2015년 12월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공공질서에 반하는 경우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공공질서에 반하는 책은 쓰지 않았다”고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논쟁은 일본까지 확산됐다.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은 검찰의 기소 처분을 비판하는 사설을 내보냈고, 일본 친한파 지식인들의 반박 성명도 이어졌다.

검찰과 박 교수는 1년 넘게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박 교수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강제 연행이 없었다고 허위사실을 기술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역사적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임주언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