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선 전에 개헌해야 文, 안보관 오락가락”

입력 2017-01-25 18:01 수정 2017-01-26 01:19
반기문 “대선 전에 개헌해야… 문재인, 안보관 오락가락” 기사의 사진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정치교체, 개헌 등에 대한 입장을 담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개헌 시기에 대해 “개헌은 대통령 선거 전에 이뤄져야 한다”며 “개헌을 통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 주기를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선 후보) 경선을 해야 한다면 누구와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를 지적하며 “분권형 (개헌)이 된다면 (대통령) 중임제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선 때마다 개헌을 약속하고는 정작 집권 후 흐지부지됐던 것을 수없이 봐왔다”고 했다.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고 한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국내 정치 기반이 약한 반 전 총장이 개헌에 부정적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고립시키면서 ‘반(反)문재인 연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대선 전 개헌을 반대하는 문 전 대표에 대해 “당에서 그렇게 (반대)하는 건지, 개인의 탐욕이 적용돼 그런지…”라며 “개인 의사라면 더욱 문제”라고 비판했다.

개헌 논의는 반 전 총장이 야권 인사들과의 정치적 교집합을 만들 수 있는 연결고리다. 반 전 총장은 26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과 손 전 대표는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 구축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 전 총장의 토론회 발언은 문 전 대표 공격에 초점이 맞춰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며 문 전 대표를 맹공했다. 그는 “사드 배치에 대해 (문 전 대표) 말씀이 오락가락한다. 비판이 오니까 말을 또 바꾸었다”고 날을 세웠다. 또 “대통령 되겠다는 분이 대통령 되자마자 미국보다 평양을 먼저 가겠다는 데 대해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것을 들었다”고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문제 삼았다.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견을 물은 뒤 기권표를 던졌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거론하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 전 대표를 겨냥한 말이다.

반 전 총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에게 뒤지는 데 대해 “지지율 격차는 국민 반응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변한다”며 “그분(문 전 대표)은 350m쯤 가 있고, 저는 10m도 못 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사실 지지율로 말하면 작년 ‘최순실 게이트’가 나기 전까지는 제가 많은 경우에 앞서 있었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독자 세력화 가능성에 대해선 “(기성 정당에 입당할 경우) 경선이 거추장스러워서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경선을 해야 한다면 얼마든지, 어떤 누구와도 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야권 주자들의 ‘보수정권 연장’ 지적도 반박했다. 반 전 총장은 “(저는) 이명박정부에서 일하지 않았고 박근혜정부에서도 일한 적 없다”며 “10년간 외국에 있어서 한 점 때도 묻지 않은 신인”이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대권 도전을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이 탄핵소추에 들어가는 아주 불행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회적 대타협, 정치적 대통합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고 정의”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일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불가역적, 최종적’이라고 한 데 대해선 “당시 협상한 사람의 책임이 거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