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랜드마크가 초고층 빌딩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보행친화도시’를 지향하는 서울시가 서울역과 종로 일대에 ‘보행특구’를 조성해 랜드마크로 만든다.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도로를 걷어낸 자리에 오는 4월 개장하는 ‘서울로 7017’을 중심으로 한 만리동 회현동 일대와 하반기 중앙버스전용차로가 개통되는 종로 일대를 국내 첫 보행특구로 지정한다고 25일 밝혔다.
이 지역의 보행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접근로와 도보순례길을 결합해 도심 속 걷기 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보행자전용도로나 보행전용거리 외에 보행특구가 지정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로 7017 보행특구’는 810m 길이의 서울로 7017을 포함해 주변 1.7㎢ 규모로 조성된다. 시는 서울로 7017을 보행자전용길로 지정해 차량이 통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특구로 이어지는 접근로를 17개 만든다. 또 특구와 주변 역사문화공간을 연계한 도보여행길 5개 코스를 발굴한다. 1코스 ‘중림만리동 일대’의 경우 만리동 광장, 염천교 수제화 거리, 서소문공원, 중림시장, 골목벽화, 손기정체육공원, 국립국단 등을 잇는 총 2.5㎞ 구간이다. 소공동 일대(2코스), 명동 일대(3코스), 남산 일대(4코스), 후암동 일대(5코스)도 도보여행길이 생긴다.
‘종로 보행특구’는 중앙버스전용차로 개통을 계기로 동대문 사거리에서 세종대로 사거리에 이르는 동서 2.8㎞ 구간의 보행환경을 정비하고 여기에 남북 보행축을 연결해 종로 일대를 보행 명소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먼저 보도폭을 최대 10m까지 확대하고 환기구나 분점함 등 보행지장물을 치워 동서 보행축을 완성한다. 이어 창덕궁에서 세운상가, 남산까지 이어지는 남북 보행축을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종로 거리의 풍부한 역사문화적 유산을 활용한 ‘전통과 문화의 인사동’ ‘오밀조밀 익선동’ ‘언제나 청춘 락희거리’ ‘왕의 거동 돈화문길’ ‘주얼리로 단장한 서순라길’ ‘푸릇푸릇 대학로’ 등 6개 보행 나들이 코스도 개발한다.
시는 보행특구 지정과 함께 기존 보행전용거리는 특성화하기로 했다. 세종대로 보행전용거리는 ‘도농 상생의 거리’로 탈바꿈되며 DDP는 ‘국제 보행문화 공간’, 덕수궁길은 ‘음악이 흐르는 산책의 공간’, 청계천로는 ‘먹거리와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다. 시는 또 대규모 개발사업 시행 시 교통영향평가에서 보행 관련 항목을 보완하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서울로 7017과 종로가 보행자의 품으로 돌아오는 올해는 ‘걷는 도시, 서울’이 결실을 맺기 시작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서울역·종로에 국내 첫 보행특구 만든다
입력 2017-01-26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