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5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중구 쪽방 상담소를 찾아 쪽방 주민들에게 떡국 배식을 한 후 식사를 함께했다. 오후 2시에는 설 명절 준비로 분주한 서울 양천구 전통시장을 찾아 소방안전시설 설치 등 전통시장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명절을 앞둔 권한대행으로서의 일정 소화지만 여느 대선 주자 못지않은 바쁜 발걸음이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광폭 행보를 이어가자 정치권의 견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황 권한대행 측은 이날 “정책, 민생 행보를 정치적인 행보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황 권한대행 측 관계자는 “총리시절보다 더 바쁘지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서비스이자 예의라고 생각해 현장 방문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총리 시절과 비교하면 조금 늘었을지 몰라도 관련 일정 횟수도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 황 권한대행의 일정을 살펴보면 권한대행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우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 일정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9일 이후 이날까지 48일간 공개 일정은 107건이다. 총리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공개 일정이 23건인 것을 비롯해 10월 45건, 9월 52건, 8월 37건과 비교해도 하루하루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일정이 증가한 데는 권한대행 이후 국무회의를 비롯한 각종 회의와 공식 일정 참석이 늘어난 영향이 가장 컸지만 정책·민생 행보를 위한 현장 방문 증가 영향도 컸다. 추석을 앞뒀던 지난해 9월 황 권한대행은 8회 정도의 정책·민생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10월에도 7회 정도 현장을 찾았다. 이에 비해 올해 1월 이후 황 권한대행의 정책·민생 행보를 위한 현장 방문만 14번으로 분류된다. 총리 시절보다 배 늘어난 셈이다.
눈에 띄는 것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한 지난 12일 이후에는 거의 매일 공개 현장 방문 일정이 있었다는 점이다. 반 전 총장 귀국 당일인 12일 서울 은평구 노숙인 복지시설을 찾은 데 이어 이튿날에는 국립의료원 난임센터를 방문했다. 임금체불 관련 일선 행정기관, 중소기업 공동직장 어린이집도 들렀다. 일요일인 22일에는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청년과의 토크콘서트에도 참석했다. 일요일에 공개일정을 소화한 것은 국회의 탄핵 의결 직후인 지난해 12월 11일 합참 방문, 지난 1일 국립서울현충원 방문 등을 제외하면 없었다. 황 권한대행 측 관계자는 “청년 관련 행사는 지난해부터 생각했던 것이고 연초에 계기가 생겨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 권한대행 측 해명에도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황 권한대행에 대한 경계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권한대행은 경제위기 속에서 한가하게 자신의 대선 출마 눈치작전에 들어갔다는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전해철 최고위원도 “권한대행 직을 최대한 활용해 추후 정치 행보의 밑거름을 삼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라디오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내고 총리를 지낸 황 권한대행도 사실상 탄핵됐다고 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글=김현길 조성은 기자 hgki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팩트 검증] 눈에 띄는 광폭 행보… 정치권 ‘黃 경계령’
입력 2017-01-25 18:32 수정 2017-01-25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