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가능하면 2월초라도 한다” 쐐기

입력 2017-01-25 17:53 수정 2017-01-25 22:05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이 열린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오른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 박 소장은 이날 변론 참석을 마지막으로 31일 헌재를 떠난다. 헌재는 늦어도 소장 대행을 맡는 이정미 재판관(왼쪽)이 떠나는 3월 13일까지는 박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타당하지 않고 무례한 얘기입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25일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탄핵심판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자 “재판부 모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서 박 소장은 심판 선고를 3월 13일 전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중환 변호사는 “13일 전 선고하겠다는 말씀이냐” “절차를 종결하고 13일 이후 선고하는 건 어떠냐”고 거듭 물었다. 하지만 박 소장은 “반드시 13일 전에는 선고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못 박았다. 이어 “가능하다면 2월 초라도 해야 한다. 신속한 종결을 위해 협조해 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오는 31일 퇴임하고, 이정미 재판관은 3월 13일 퇴임한다. 재판관 7명이 탄핵심판을 선고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청구인(국회 탄핵소추위원회) 측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과 헌재 간 ‘물밑 의사소통’을 의심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자신들이 신청한 증인들을 헌재가 불채택하면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대리인단 사퇴를 시사했다. 박 소장은 “심각하게 유감스러운 발언” “근거 없는 얘기는 용납할 수 없다” “(물밑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탄핵소추위는 박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지연 전략을 펴고 있다고 의심한다. 박 대통령 측은 지난 23일 증인 39명을 무더기로 추가 신청했다. 증인을 채택하면 추가 증인 신문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절차가 더뎌진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측이 특검 수사 기간 내 탄핵심판이 선고되는 걸 피하기 위해 지연 전략을 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재가 탄핵 결정을 내리면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팀의 강제 수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총사퇴할 경우 새 대리인단 선임에도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된다.

헌재는 이날 박 대통령 측이 추가로 신청한 증인 중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4명만 추가로 받아들였다. 전 기일에 채택한 증인까지 합하면 39명 중 10명이 채택됐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재벌 총수에 대해선 관련 진술이 충분히 제출돼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 변호사는 변론 직후 “기각된 증인에 대해 좀 더 소명해 추가로 신청하겠다. 10명은 더 채택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대 결심이 대리인단 총사퇴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는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중대 결심이 뻔한 것 아니냐”고 했다. 소추위 측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총사퇴가) 현실화되면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숨겨진 악마의 발톱이 살아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류상영 전 더블루케이 부장은 증인신문에 불출석했다. 이 변호사는 “고 전 이사만 부르면 박 대통령이 악한 의도로 이걸(미르재단 등) 해먹겠다고 한 게 아니라는 건 증명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탄핵심판 기각을 확신하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답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