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에 콩볶는’ 대선… 인수위 없이 靑 입성할 수도
입력 2017-01-25 22:01 수정 2017-01-26 05:01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시한으로 3월 13일을 언급하면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초유의 60일 단기 대선은 차기 대통령에게도 큰 짐이다. 당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없이 ‘텅 빈’ 청와대에 혈혈단신 입성하는 등 희한한 장면이 펼쳐질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 즉각 60일 내 대선이 치러져야 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지 않는 이상 황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을 관리하게 된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보는 인수위를 구성할 여유가 없다. 당선이 확정된 다음날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당선증을 받고 대통령 직무에 돌입해야 한다.
인수위가 없으니 대통령 취임식도 정상적으로 치르기 힘들다. 통상 인수위 기간 미·중·일·러 등 주요국과 접촉해 취임식 참석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정 정상화 후 취임식을 뒤늦게 치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지만 비상시국인 만큼 생략할 가능성도 높다.
차기 대통령은 즉각 업무가 시작되기 때문에 당선 직후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확정 직후 내각 후보자를 제청해야 하는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진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권한대행이 차기 장관들을 제청할 가능성도 있다. 내각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이 모든 준비가 대선 전까지 완료돼야 한다. 당선 직후 장관 후보자를 물색하다간 취임 직후부터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게 분명하다.
차기 정부 준비 작업은 촛불민심을 등에 업은 야권이 한 발 앞서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일찌감치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 구성 의사를 밝혔다. 또 노무현정부 운영 경험을 살려 비상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30, 40대까지 포함된 ‘오픈 캐비닛(공개 예비내각)’을 준비 중이다. 50명 정도를 후보군으로 두고 검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야권 ‘공동정부’를 제안했다. 당내 경선이 끝나면 대선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는 만큼 야권이 미리 공동정부 내각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시장 측은 “야당들이 내각 구성을 협의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개별 대선 주자와 별도로 당 차원에서 집권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한 지도부 인사는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내려지면 정당은 차기 대선 경선, 차기 정부 구성의 두 가지 업무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모든 정당이 섀도 캐비닛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도 당 중심으로 내각 인재 풀(pool)을 구성한 뒤 대통령 당선인과 협의해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창당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귀국 등으로 어수선한 보수 진영도 당이 정비되는 대로 차기 정부 구성 준비에 나설 전망이다.
강준구 백상진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