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가 늦어도 3월 13일 박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 선고하겠다고 25일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의 선고 지연 전술을 정면 비판하며 신속한 심리 의지를 보인 것이다. 파면이 결정되면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은 늦어도 5월 초 이전으로 확정된다.
헌재 입장이 나온 이후 박 대통령은 보수 성향 인터넷 방송 인터뷰를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기획한 세력이 있다며 돌연 음모론을 제기하고 혐의 전체를 부인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도 헌재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하며 집단 사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헌재의 속도전을 막고 설 명절 전 보수층 결집을 위한 여론전에 나서며 반격을 시도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기자간담회가 아닌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일방적 자기변명에 나서며 정치적 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법 유린으로 재판받고 있는 대통령이 사법체계를 부정하는 언행을 보인 것 역시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박한철(64·사법연수원 13기·사진) 헌재소장은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제9차 공개변론에서 “헌재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 늦어도 3월 13일까지는 이 사건의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사건번호와 사건명을 고지한 직후 4분여간 모두(冒頭)발언을 하며 이같이 밝혔다. 31일 퇴임하는 그는 “재판관 1인이 추가 공석이 되는 경우 심판 결과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3월 13일 퇴임을 앞둔 이정미(55·16기) 재판관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 재판관까지 퇴임해 재판부에 7명만 남게 되면 7명 중 2명만 반대해도 탄핵소추가 기각된다. 박 소장은 “심판 정족수를 가까스로 충족하는 7명의 재판관만으로 심리해야 하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쯤 인터넷 방송 ‘정규재TV’와 비공개로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번 사건은) 한마디로 거짓말로 쌓아올린 커다란 산이자 가공의 산”이라며 “오래전부터 누군가 기획하고 관리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기획자에 대해서는 “지금 밝히긴 그렇다”고 했다. 자신과 최씨가 경제공동체라는 특검 판단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엮어도 너무 심하게 엮었다”고 반박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도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광화문 촛불 집회를 “이번 사태”라고 지칭하며 ‘광우병 시위’에 비유했고, 보수단체의 태극기 집회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라고 평가하며 노골적인 편 가르기에도 나섰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도 즉시 “심판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중대결심이 변호인단 사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뻔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박 소장은 “재판 절차가 공정성을 벗어난 것처럼 가정하는 것은 재판부에 대한 모독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얘기”라며 큰 유감을 표했다.
야권은 “최순실 태도와 박 대통령 돌발인터뷰는 일련의 짜여진 드라마”(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 “명절을 앞두고 여론 반전을 꾀하고 장기전에 돌입하려는 것”(국민의당 김경진 수석대변인)이라며 맹비난했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가 인용되면 60일 내 후임자를 뽑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따라 4월 말∼5월 초 ‘벚꽃 대선’을 치러야 한다. 제3지대 연대 등 정계개편이 가파르게 진행돼 ‘2월 정치권 빅뱅’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
나성원 전웅빈 기자 naa@kmib.co.kr
벚꽃대선 가시화… “늦어도 3월13일 탄핵결정”
입력 2017-01-25 17:39 수정 2017-01-26 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