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7% 성장… 소비·건설투자 절벽탓 올해 더 캄캄

입력 2017-01-25 17:34 수정 2017-01-25 21:08

한국경제가 ‘2%대 저성장’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가 11조원 넘는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했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렸지만 ‘경기 방어’에 실패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7%에 그쳤다. 4분기엔 민간소비가 더 부진했고 건설투자마저 급감해 전기 대비 0.4% 성장하는 데 머물렀다.

재정과 통화정책을 모두 동원했는데도 성장률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의 잠재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인구대책, 기술혁신, 창업투자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한은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2.7% 늘어 2015년(2.6%)에 이어 2년 연속 2%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연간 경제성장률은 2014년 3.3%를 제외하고 2012년 2.3%, 2013년 2.9% 등 계속 2%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도 0.4%에 그쳐 2014년 4분기(0.3%)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경기 부진에 따른 내수 침체, 대통령 탄핵이 유발한 경제심리 위축,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촉발된 ‘불확실성’ 등 악재가 겹친 결과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 증가율 둔화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3분기 0.5% 올랐던 민간소비는 4분기 0.2% 증가로 꺾였다. 연말 특수의 ‘실종’을 증명하듯 가전제품, 식료품 및 전기 소비 등 지표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GDP에서 민간소비 비중이 49.5%나 된다”며 “설비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가 둔화돼 성장률 하락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부동산 호황을 타고 늘었던 건설투자의 급감도 위협요인이다. 4분기에 건설투자 증가율은 -1.7%를 기록하며 갑자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의 주택수주와 착공면적 등은 빠르게 줄고 있다.

그나마 4분기에 설비투자가 6.3% 늘어 추락하던 성장률의 버팀목이 됐다. 반도체 호황으로 반도체 제조장비 도입이 크게 늘어났다. 조선·해운업을 제외한 주요 업종에서 상승 조짐이 엿보인다.

그러나 올해가 더 큰 문제다. 재정지출 확대나 기준금리 인하는 쉽지 않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낮추면서 “민간소비는 소득여건 개선이 미흡하고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돼 증가세가 더 둔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건설투자 역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등에 따라 부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올해는 인구구조로 볼 때 생산가능인구의 첫 감소가 예고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통화정책을 동원한 단기적 부양정책으로는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다”며 “인구 고령화 대응책과 기술 진보, 생산성 향성이 근본 과제”라고 말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