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나온 崔, 치밀한 여론전… “경제공동체 강요” “손자 멸망 거론”

입력 2017-01-25 17:42 수정 2017-01-25 21:34
최순실씨가 25일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체포돼 오면서 기자들을 향해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소리치고 있다. 특검 첫 소환 때 “죽을죄를 지었다”고 했던 그는 이날 “억울하다”고 외쳤다. 윤성호 기자

국정농단 주범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 요구를 한 달 넘게 거부해 온 최순실(61·구속 기소)씨가 25일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강제로 끌려나왔다. 최씨는 특검에 출석하며 계산된 언행으로 여론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24일 특검에 처음 출석한 이후 ‘정신적 충격’ ‘재판 준비’ ‘강압 수사’ 등 갖가지 핑계를 대며 특검 출석 요구를 여섯 차례나 거부했다. 결국 특검은 최씨 딸 정유라(21)씨가 연루된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와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 23일 최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이날 오전 체포영장을 집행해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씨를 데려왔다.

구치소 호송차에서 내려 특검 사무실로 향하던 최씨는 대기 중이던 취재진과 마주치자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우선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공동체임을 밝히라고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이 박 대통령과 최씨의 경제공동체 관계를 바탕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검 관계자는 “최씨가 경제공동체라는 말을 한 것으로 보면 (특검 수사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발언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씨는 특검 수사의 절차 및 강압성 문제도 거론했다. 특히 특검이 어린 애(정유라)와 손자의 멸망까지 거론했다는 주장도 폈다. 가족이 볼모로 잡힌 모습을 부각시켜 여론의 동정심을 자극하려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특검은 수사팀에서 ‘멸망’이란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언론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최씨는 막상 비공개 장소인 특검 사무실에 들어서자 별다른 언행을 보여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의 행동은 철저히 여론을 고려한 ‘보여주기 쇼’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씨의 말과 행동은 특검 수사 논리를 훼손하고 보수여론을 자극해 지지를 얻으려는 준비된 도발”이라고 평가했다.

특검이 집행한 체포영장은 최대 48시간까지 유효하다. 특검은 최씨를 상대로 우선 이대 비리 관련 조사를 진행한 뒤 당사자 동의를 거쳐 체포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뇌물죄 의혹 조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최씨는 이날 특검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억울하다는 말만 내놓는 등 수사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최씨가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면 그대로 조서를 작성하면 된다”며 “조사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특검은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보강수사를 위해 이날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 김신 삼성물산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각각 최씨 일가 지원 경위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을 캐물었다. 26일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의혹과 관련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된다.

글=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