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법무부 호송차에서 내렸다. 한 달 동안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에 불응하다 25일 서울 강남구 특검 조사실에 강제로 끌려나온 최씨는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첫마디가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였다. 86일 전 첫 검찰 소환 당시 “죽을죄를 지었다”며 얼굴을 가리기에 급급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양팔을 붙든 교도관들이 엘리베이터로 신속히 끌고 가려 했지만 최씨는 온몸으로 버티면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공동체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이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악에 받친 앙칼진 목소리였다.
교도관들이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지만 최씨는 기자가 들고 있던 마이크를 향해 몸을 돌려가며 덴마크에 체류 중인 딸 정유라씨 모자까지 언급했다. “어린 손자까지 멸망시키겠다고 그러고, 이 땅에서 죄를 짓고 살게 하겠다는 게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이날 최씨 출두 장면은 전국에 생중계됐다. 최씨의 안하무인을 지켜보던 60대의 여성 미화원은 “염병하네”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조사실에 올라간 최씨는 오전 동안 변호인을 면담했다. 특검 수사팀의 본격적인 조사는 오후부터 변호인 입회하에 진행됐다. 조사 내용은 정씨의 이화여대 학사농단 사건에 국한됐다. 최씨는 조사실에서도 특검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이런 태도는 크리스마스이브였던 지난달 24일 첫 특검 출석 때와는 180도 다르다. 당시 최씨는 얼굴도 들지 못한 채 교도관들에게 끌려가듯 조사실로 향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3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처음 불려나갈 때는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근 법정에서 재판받을 때도 혐의는 부인할지언정 카메라 취재진 앞에서는 고개를 숙였었다.
최씨의 태도 변화는 특검의 첫 소환조사 이후부터 시작됐다. 최씨는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검찰·특검에서 강압수사를 받았다며 자신이 한 진술마저 부인했다. 첫 소환 후에 이어진 특검의 6차례 소환 통보에 모두 불응했다.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26일 특검의 강압수사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예고도 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근거 없는 트집을 잡아서 특검 수사에 흠집을 내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며 “최씨의 주장에 개의치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최순실 ‘본색’ … 고개 빳빳이 들고 고함
입력 2017-01-25 17:42 수정 2017-01-26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