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음 타깃 중 하나인 건 분명해 보인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무역흑자와 환율조작, 미 반도체 업체 퀄컴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3가지를 문제 삼을 것 같다. 그러나 지레 겁먹고 미리 움직일 필요는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 중 최고 수준이다.”
태미 오버비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 한국경영연구소 초청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2009년까지 21년간 한국에서 살았고, 그중 14년을 주한 미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냈다. 2012년 발효된 한·미 FTA가 만들어지기까지 깊이 관여할 만큼 양국의 무역에 대한 이해가 깊다.
오버비 부회장은 강연에서 “한·미 FTA는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 중 최고의 모델”이라며 “한·미 FTA가 아니었으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훨씬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이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며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사실 미국의 20개 자유무역 대상국 중 14개국에서는 미국이 흑자를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제조업의 일자리를 죽이는 건 무역이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혁신 등 진보된 기술 때문”이라며 자유무역 옹호론을 폈다.
특히 오는 3월이면 5주년을 맞는 한·미 FTA에 대해서는 “매우 성공적일 뿐 아니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중요한 보완재로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또 다른 축이라는 의미다.
오버비 부회장은 “한국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과 동시에 자유무역을 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면서 “다자무역협정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의 강연은 전반적으로 한·미 FTA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나 강연 후 기자들과 나눈 대화에서는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타깃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경계론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는 등 기존 무역협정을 빠르게 붕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오버비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겨냥하는 것은 “무역흑자와 환율조작, 퀄컴 과징금 부과 3가지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 260억 달러(약 30조원)의 무역적자(2015년 기준)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을 환율조작국 바로 아래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퀄컴 과징금은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사에 1조3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말한다. 이런 것을 문제 삼아 보복조치를 강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버비 부회장은 그러나 “한국이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 “수면 아래에서 긴밀히 대화하고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워낙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 역대 대통령들과 많이 다르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황을 더 예의주시하며 신중히 대처하라는 얘기다.
워싱턴=글·사진 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전문가 진단] “한국, 트럼프의 타깃 중 하나인 건 분명, 그러나 지레 겁먹고 미리 움직일 필요 없어”
입력 2017-01-25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