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패드’ 장영민 대표, 국내외 저소득층 여성 지원… 면 생리대 만드는 ‘하나님 일꾼’

입력 2017-01-25 21:25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의 한 카페에서 24일 만난 장영민 한나패드 대표는 “면 생리대 사업을 통해 선교사를 위한 선교센터를 세우는 것이 사명”이라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나패드 대표 장영민(36·평택 제자들교회)씨가 면 생리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4년 중앙대 경제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일 때였다. 지인이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생리통과 생리대 등에 관한 것을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여성의 건강에 1회용 생리대보다 면 생리대가 좋다는 것을 알고 지인에게 면 생리대를 권유했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후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장 대표의 머릿속에는 창업이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았다. 생리대는 자본 없이도 창업에 도전할 만한 아이템이었고 경기가 어려워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았다. 이듬해 그는 친구들이 취업을 위해 토익 공부를 할 때 도서관에서 섬유공부를 하며 ‘한나패드’라는 이름으로 면 생리대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 자본금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400만원이 전부였다.

“성경 인물인 한나는 불임으로 오랫동안 고통 받은 여성입니다. 하나님께 서원기도를 한 뒤 아들을 낳았죠. 아들 사무엘은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지도자가 되었고요. 한나처럼 사업이 번창하면 하나님을 위해 물질을 사용하겠다고 기도하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성도님들의 중보가 가장 큰 힘이 됐어요.”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의 한 카페에서 24일 만난 장 대표는 “사업의 필수 요소인 자금과 경험, 인맥도 없이 창업했지만 하나님이 매순간 동행하셨기에 하나님이 주신 사업체를 이끌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현재 한나패드에는 35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남성이 생리대 사업을 한다고 하니 오해도 많이 받았다. ‘변태 사장’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러나 면 생리대를 사용한 여성들의 긍정적인 반응들은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지난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들의 ‘깔창 생리대’ 사건이 이슈화된 뒤부턴 생리대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했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신체 중에서 비뇨기가 제일 민감한 부분이에요. 1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는 절반 이상의 여성들이 가려움 등 많은 불편함을 느끼고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세요. 면 생리대를 사용한 분들은 건강에 긍정적 변화를 느끼고 이전보다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한 번 구입하면 2∼3년 사용할 수 있어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요.”

장 대표는 사업 초창기부터 국내외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생리대를 꾸준히 지원했다. 네팔과 필리핀 등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를 후원하며 사역지에 생리대를 제공했다. 지난해 여름 포털 다음의 스토리펀딩을 통해 ‘이웃에게 지속가능 생리대 선물하기’ 캠페인을 전개해 그룹홈과 지역아동센터, 미혼모, 한부모가정 등의 여성 2100여명에게 면 생리대를 지원했다. 후속 프로젝트 펀딩은 다음 달 1일까지 진행한다.

장 대표의 비전은 선교사를 위한 선교센터를 세우는 것이다. “선교사님들이 안식년 때 고국에서 거처할 공간과 사역에 필요한 물질, 자녀의 학업 등 부수적 문제로 많이 고민하시는 걸 보았어요. 사업을 시작했을 때 서원 기도한 것처럼 선교센터를 세워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데 쓰임 받고 싶습니다.”

글=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