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를 받기 전 청와대가 위증을 지시했다는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그는 24일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보좌관으로부터 ‘(수사) 대응 문건’을 받았는데 미르재단 직원들과 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검찰에서) 조사받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이런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해라’ ‘잘 모르면 기억이 안 난다고 해라’는 내용의 ‘모범답안지’였다”고 밝혔다.
1주일 전 안 전 수석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공개변론에 나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2일 참모들에게 ‘미르·K스포츠재단 자체를 전경련이 주도한 것으로 하고, (재단 일부) 인사는 청와대가 추천한 거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대통령이 참모들과 대책회의를 열어 위증모의를 하고 참모들은 관련자들에게 위증을 교사하고 법망을 빠져나갈 요령까지 언급한 셈이다. 검찰이 안 전 수석 측에서 압수한 ‘압수수색 대응 문건’에는 집에서 휴대폰을 파기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최순실 일개 사인에 국민들이 부여한 권력을 넘겨 국정을 농단하게 만든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해도 부족할 지경이다. 그런데 위증모의를 하고 위증교사에 증거인멸까지 시도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청와대가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지원을 배제한 것과 반대로 어버이연합 등 친정부 보수단체 10여곳을 찍어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전경련에 구체적 금액을 못박아 지원토록 요구한 사실도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났다. 그러면서 보수단체에 세월호 반대 집회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 등 ‘관제데모’를 지시했다고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하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비판에는 재갈을 물리고 돈과 권력으로 민의를 조작하려 한 것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
최순실 사태가 드러나기 시작한 뒤 청와대가 보여준 행태는 한 나라의 최고 권력기관이라고는 도저히 믿지 못할 정도다. 부패한 권력이 국민을 우롱하며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부끄럽고 참담하다.
[사설] 청와대가 위증모의·교사, 관제데모 지시까지 했다니
입력 2017-01-25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