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5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3월 13일 전에 결론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의 선고 일정이 공개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이달 31일 임기가 끝나는 박 소장은 “저로서는 오늘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변론 절차이며 다른 한 분(이정미) 재판관 역시 3월 13일 임기 만료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두 재판관 공석으로는 탄핵심판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어 그 전에 종결되고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이은 공석으로 인해 심판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탄핵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헌재의 선고 일정은 차기 대선과 맞물려 있다. 헌재가 탄핵을 선고하면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도록 한 헌법에 따라 4월 말에서 5월 초에 이른바 ‘벚꽃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반대로 기각되면 박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고 대선은 예정대로 12월에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 선고 일자를 가늠할 수 있게 돼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걷힌 셈이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우선 정치권에 대한 주문이다. 출마선언이 잇따르는 등 여야는 사실상 조기 대선에 돌입해 있다. 여기에다 심판 일정까지 나왔으니 각 당과 주자들의 관심은 온통 경선과 세력 재편에만 쏠릴 것으로 보인다. 대선 체제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2월 임시국회를 비롯해 민생·개혁입법을 위한 여야 협의가 올스톱되게 생겼다. 선거 준비는 하되 정치권은 정부와 협력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헌재 심리에 대한 박 대통령의 협조도 절실해졌다. 대통령 측 핵심 인사들이 잠적하고 대리인단은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는 등 심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한 상태다. 지난 1일 청와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장외 변론’을 펼친 박 대통령이 이날 인터넷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추가 해명을 한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은 여론전을 펼칠 것이 아니라 할 말이 있으면 헌재에 출석하거나 특검 수사를 받으면 된다. 대리인단도 쓸데없이 시간을 끌면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탄핵 찬성과 반대 진영도 자숙할 필요가 있다. 양측은 그간 주말마다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어 헌재를 압박해 왔는데 이제부터는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게 맞다.
차제에 헌재 소장 임기와 관련된 법규도 보완해야 한다. 현행 헌법은 임기를 별도로 정해 놓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임기 6년의 기존 재판관이 소장으로 지명될 경우 임기를 새로 시작한 것으로 볼지, 잔여만 재임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어 왔다. 박 소장도 “10년 이상 후속 입법 조치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국회와 정치권은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설] 공개된 탄핵 심판 일정,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입력 2017-01-25 17:37 수정 2017-01-25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