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의 KBS 좌담회 출연취소 실망스럽다

입력 2017-01-25 17:38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KBS 좌담회 출연을 취소했다.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문 전 대표 지지 단체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라는 이유로 KBS ‘아침마당’ 출연을 금지당한 것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 전 대표나 KBS 모두 신중하지도, 지혜롭지도 못한 처사다.

KBS 측은 황씨의 방송 출연을 허용하면 정치 중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저간의 사정이나 관례를 보면 선뜩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침마당’ 같은 교양 프로그램이 정치색을 띠면 안 된다는 KBS 측의 고민을 이해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고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방송 출연을 금지시키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논란이 예상되는 사안인데도 충분한 사전 논의와 검토 없이 출연을 섭외해 놓고 뒤늦게 금지하는 것 또한 상식에 반한다. 헌법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힐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도 상기한다.

문 전 대표의 태도 역시 실망스럽다. 누가 뭐래도 문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공인 중의 공인이다. 국민들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문 전 대표 생각과 철학을 알 권리가 있고, 문 전 대표는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문 전 대표는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에게 검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의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전 대표는 KBS에 얼마든지 항의할 수 있다. 하지만 약속된 방송 출연을 하지 않은 것은 유력 대통령 후보로서 매우 우려스러운 태도일 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나아가 이것이 문 전 대표의 언론관이라면 더욱 위험스럽다. 설사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상황이 생기더라도 대의를 위해서는 소통과 화합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극심한 혼란도 정치 지도자의 소통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