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일 “최순실 협박 안했다”… 崔 주장 정면 반박

입력 2017-01-25 00:25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제7차 공판이 열린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왼쪽). 이날 노 부장과 함께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도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최씨를 협박한 사실은 전혀 없습니다.”

2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최순실씨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최씨 측이 거론하는 ‘최순실 게이트 협박설’을 정면 반박했다. 최씨는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공개변론 이후 “고영태씨와 노씨 등이 게이트 운운하며 협박하다 안 되니까 죄를 뒤집어씌웠다”고 주장해 왔다.

노씨는 국회 청문회 등에서 최씨에 대한 의혹을 수차례 폭로하며 내부 고발자로 분류됐다. 노씨는 이날 법정에서도 최씨가 재단의 실소유자라는 주장을 유지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최씨의 시선은 줄곧 외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 등의 7회 공판에서 노씨는 “더블루케이는 전략을 짜고 지시하는 헤드(머리) 역할을, K스포츠재단은 가진 돈으로 실행만 하는 몸통 역할을 했다”며 “최씨는 더블루케이와 재단을 모두 사유화하려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최씨는 ‘고씨와 증인(노승일) 등이 나를 협박했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노씨는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고씨와 최씨 관계는 사장과 직원의 수직적 관계였다”고 증언했다. 박 대통령의 부탁을 받아 재단이 잘 돌아가는지 살폈을 뿐이라는 최씨 주장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노씨는 “최씨가 (재단의) 모든 걸 살펴보며 사업 방향과 자금 집행을 일일이 챙긴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가 재단 관련 지시사항을 자필로 메모해 줬다”며 포스트잇 5장을 꺼낸 뒤 “필적(筆跡) 조회를 해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메모 내용 말고 그런 ‘기재’가 있다는 범위에서 증거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서는 지난해 10월 27일 최씨와 노씨 간의 통화 내용 전체가 공개됐다.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국회 3차 청문회에서 제시한 녹음 파일의 원본”이라고 했다. 최씨는 당시 통화에서 ‘타블렛(태블릿)을 더블루케이 사무실에 놔뒀잖아’ ‘정신 바짝 차리라고 하고, 나도 검찰 불려가서 구속될지 몰라’ 등의 발언을 했다. 17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다 들은 최씨는 이경재 변호사를 통해 “전체 내용은 여기서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요구로 노씨가 전화했고, 최씨가 함정에 걸렸다”고 반발했다. 이에 노씨가 “이 자리(법정)에서 나가야 하나”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최씨는 재판 말미에 “모든 걸 나한테 떠넘기려고 한다”며 울먹였다.

오전에는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정 전 이사장은 “재단을 만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며 “대기업에서 돈을 걷어 한류와 문화융성을 목적으로 재단을 만들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의 통화에서 그가 “VIP(박 대통령)께서 최 여사에게 같은 얘기를 전달해주시면 어떨까 한다”고 말한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다만 최씨에게 불리한 질문에는 ‘노력한 걸로 안다’는 식의 모호한 답변만 내놓았다. 검찰이 “최씨가 재단 사업의 기획·운영을 총괄했기 때문에 최 회장이라고 부른 것 아니냐”고 묻자 정 전 이사장은 “일부 그렇지 않다고 보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또 K스포츠재단 이사진은 이른바 바지사장 아니냐는 질문에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나는 불법적 이사회 개최로 부당하게 해임됐고, 현재 재판 중이니 이사 임기가 만료된 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양민철 황인호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