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와 직원들은 불현듯 찾아온 자유가 버거운 듯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렇게 해도 돼요?” “이 방식도 가능해요?” “정말 해도 돼요?”
학생이 교사에게 질문하는 듯한 대학 관계자들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얼마나 정부 규제에 묶여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교육부가 24일 서강대에서 서울 지역 대학들을 대상으로 연 새 ‘학사제도 개선 방안’ 설명회는 이른바 인(in)서울 대학도 점차 치열해지는 생존경쟁에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8일 발표한 학사제도 개선 방안은 대학 자율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가 개혁을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장벽이 되는 규제를 풀고 뒤에서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생존하려면 알아서 변하라는 뜻이다.
개선안은 파격적이다. 대학·학과 장벽을 허무는 융합전공, 학사 일정을 학문·전공 맞춤형으로 조정 가능한 유연학기·다학기제 등을 학칙만 개정하면 운용할 수 있게 열어놨다. 예컨대 융합전공을 개설하면 국문과 학생이 인공지능을 집중적으로 공부해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경직된 학문 단위를 고수하면서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대학에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설명회에는 대학 교수 등 2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 대학 교수가 “융합 전공은 다른 형태의 (학과) 구조조정 아니냐”라고 주장하자,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자치권을 돌려드렸으니 안 해도 무방하다”고 답했다. 다른 교수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연계되는 것 아닌가” 우려했다. 교육부는 “학사제도 개선 그 자체는 평가 대상이 될 수 없고 재정지원도 없다”고 말했다.
융합전공을 악용, 점수가 낮은 학과로 입학해 인기 학과로 이동하는 ‘전공 세탁’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교육부는 “공고한 대학·학과 서열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대학 간판보다 무엇을 공부하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정말 이렇게 해도 돼요?”대학들 당혹… 교육부, 파격적 학사 개선안 설명회
입력 2017-01-24 17:42 수정 2017-01-24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