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거래 전문 딜러제 도입한다

입력 2017-01-24 17:50 수정 2017-01-24 20:42

정부가 온실가스를 사고파는 제도인 배출권거래제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시장조성자 제도’를 도입한다. 시장조성자란 배출권거래 ‘전문 딜러’ 격이다. 이번 조치는 특정 금융기관에 배출권거래 의무를 부여해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지정 대상으로 국책금융기관 3곳이 고려되고 있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열고 ‘제2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본계획에 포함된 시장조성자 제도를 수행할 곳으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물망에 올랐다. 기재부 관계자는 “3곳 중 1곳을 지정할지, 2곳 이상을 지정할지 결정된 바 없다”며 “올해 말까지 지정 후 내년부터 제도를 시행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시장조성자 제도 도입은 정체 상태인 배출권 거래량에 물꼬를 트기 위한 방책이다. 2015년 배출권거래제 도입 이후 2년간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된 배출권 물량은 1763만t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정부가 산업계에 사전 할당한 배출권이 10억5500만t이라는 점을 보면 1.7% 수준에 그치는 규모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연구센터는 2014년 7월 발간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배출권 거래량을 늘리려면 유럽처럼 시장조성자를 도입하고 선물시장도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우리나라보다 배출권거래제를 먼저 도입한 유럽에선 현물·선물 시장에 각각 1개 업체를 시장조성자로 선정해 일정 물량을 사고팔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벨기에 에너지기업과 프랑스 탄소금융업체가 이 역할을 맡았다. 대신 이들은 거래수수료 감면 혜택을 받는다. 거래량을 늘리면서 가격 안정화를 꾀하는 조치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금융기업 지정은 불가능하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은 투기세력 진입을 우려해 민간에서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는 것을 차단했다. 국책금융기관만을 고려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장에는 국책금융기관이 맡지만 3차 기간인 2021년부터는 민간금융기업에 역할이 이양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