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潘, ‘빅텐트’ 앞서 ‘보수플랫폼’ 만든다

입력 2017-01-24 17:40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하와이에 머물던 새누리당 정진석 의원과 지난 23일 통화에서 ‘보수 플랫폼’ 구성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 탈당을 고민하는 의원들과 머리를 맞댄 뒤 설 전후 동반 탈당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심재철 국회 부의장과 나경원 의원도 반 전 총장이 추진하는 보수 플랫폼 구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 측 인사는 24일 “빅텐트 구성을 위해 보수 플랫폼을 먼저 세우기로 했다”면서 “새누리당을 탈당할 의원 20여명이 플랫폼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 플랫폼 구성은 빅텐트 완성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며 “오른쪽(보수)의 텐트 골격을 튼튼히 한 뒤 왼쪽(중도)으로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先) 보수 플랫폼, 후(後) 빅텐트’ 전략인 것이다.

반 전 총장을 돕기 위해 새누리당 탈당을 추진하는 세력은 충청권 의원들과 초·재선 의원들이다. 수도권 일부 의원도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탈당은 설 전과 설 후로 나눠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설 이후에 탈당하자는 의견이 대세지만 설 민심을 흔들기 위해 설 전에 탈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탈당을 고심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25일 반 전 총장 초청 간담회를 마친 뒤 향후 행보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 반 전 총장은 국회에서 ‘왜 정치교체인가’ 주제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며 이 자리에는 20여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 측은 보수 플랫폼을 구성한 뒤 향후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반 전 총장 측 다른 인사는 “반 전 총장을 돕겠다고 나선 의원들의 의견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탈당 폭도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 측은 또 김종인 전 대표, 손학규 의장, 안철수 전 대표 등과 연대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독자 정당 창당 또는 기존 정당 입당 사이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반 전 총장 측은 설 이후 캠프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특히 정무와 공보 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내분 논란을 야기했던 김숙 전 유엔대사와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최근 화해하고 다시 힘을 합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과 김 전 대사는 이 전 수석의 사무실을 직접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야권은 반 전 총장의 빅텐트론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반 전 총장이 구상하는 빅텐트에 우리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반 전 총장의 구상은) 보수 빅텐트”라고 선을 그었다. 야권의 고위 인사는 “반 전 총장이 역동성과 예측불가능성이 많은 한국 정치권에서 제3지대를 꾸리는데 성공하더라도 이후 벌어지는 상황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윤해 백상진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