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차세대 재목 평가, 라이벌에 뒤쳐진 뒤 찾아온 정체기, 메이저리그 포스팅 무응찰 굴욕, 그럼에도 택한 빅리그 가시밭길’
2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하며 빅리그 도전을 택한 황재균(30)의 이력이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활약하고 있는 강정호와 떼어낼 수 없는 라이벌이었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 입단 동기였다. 처음에는 황재균이 앞섰다. 이듬해 첫 3할타를 기록하며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강정호가 두각을 나타내며 2009년 유격수 자리를 앗아갔다. 이에 굴하지 않고 황재균도 3루수 자리를 꿰차며 두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 차세대 재목으로 불렸다. 두 선수는 강한 어깨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파괴력에선 강정호가 낫지만 스피드에선 황재균이 앞선다.
두 사람의 운명이 바뀐 것은 2010년 황재균이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된 후부터였다. 강정호는 ‘홈런왕’ 박병호라는 높은 산을 보며 실력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황재균은 팀 내 경쟁자가 없었기에 성장이 더뎠다. 황재균은 이적 첫해 타율이 0.225로 뚝 떨어지는 등 2013년까지 2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반면 강정호는 2010년과 2012년 3할 넘게 치다 2014년 유격수 최초 40홈런과 3할5푼대의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그해 말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나섰고 피츠버그는 500만2015달러라는 거액을 주고 그를 데려갔다.
강정호가 빅리그에 입성한 뒤 1년 후 황재균도 메이저리그 겨울 포스팅에 나섰지만 단 한 곳도 응찰하지 않는 굴욕을 당했다. 타격의 정교함보다 파워를 더 눈여겨보는 메이저리그에서 황재균 같은 파워의 선수는 흔했다. 이에 지난해 체중을 8㎏나 불리며 거포 변신을 꾀했다. 그 결과 지난해 타율 0.335 27홈런 113타점으로 활약하며 최고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게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황재균은 빅리그 재도전에 나섰다. 롯데와 kt 위즈가 거액을 제시하며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황재균은 꿈을 택했다. 동기인 강정호와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류현진(LA 다저스)이 있는 빅리그로 눈을 돌렸다.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맺었지만 황재균의 앞날은 순탄치 않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소속에 따라 연봉에 차이를 두는 1년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는 강정호·김현수와 달리 황재균은 구단이 마음대로 마이너리그로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황재균은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경우 연봉 150만 달러를 받는다. 출전 경기 수에 따라 챙길 수 있는 인센티브는 160만 달러로 총액 310만 달러(약 36억원) 규모의 계약이다. 마이너리그에 있게 될 경우 FA가 될 수 있는 옵트아웃(opt-out) 조항을 계약 조건에 담았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도전은 어릴 적부터 품어 온 오랜 꿈이다. 두드리지 않으면 문은 열리지 않는다”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반드시 25인 로스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黃, 한국 거인서 ‘미국 거인’ 된다
입력 2017-01-25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