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측 계속된 심리 방해작전… 박한철 결국, 탄핵열차서 중도 하차

입력 2017-01-24 17:41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박한철(64·사법연수원 13기) 헌법재판소장은 임기만료일을 1주일 앞둔 24일에도 재판관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지난 23일 제8차 변론기일에서 자신의 퇴임 이후인 다음달 1일과 7일의 증인신문 일정을 고지했다. 박 대통령 탄핵사건 결정에 참여할 수 없게 된 사실이 공식화된 뒤였지만, 이날 출근길 표정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대통령 탄핵심판의 유일한 전례였던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7회)의 변론기일 횟수를 이미 넘어섰다. 1주일에 세 번이나 변론기일을 여는 등 맹렬히 속도를 냈지만 박 대통령 측의 지연작전에 일정이 길어졌다. 박 소장이 여러 차례 신속하게 해 달라고 협조를 당부했지만 박 대통령 측은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박 대통령의 ‘문고리’ 측근들은 잠적했고, 재판부의 거듭된 석명(釋明) 요구에도 핵심 답변들의 제출은 미뤄졌다.

박 대통령 측은 지난 23일 박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39명의 증인을 한꺼번에 추가 신청했다. 소추위원 측이 “진술서만 내더라도 동의하겠다”고 했지만, 박 대통령 측은 “법정에서 의견을 듣는 게 재판관들의 심증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모철민(전 교육문화수석) 프랑스 대사의 경우 “프랑스 대사가 국내에 계속 있을 수 있느냐”는 우려가 표출됐지만 박 대통령 측은 “이보다 중요한 일이 뭐가 있느냐”며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박 대통령 측이 새 증인으로 신청한 KT 황창규 회장의 경우 “내가 증인으로 나가면 박 대통령 측에 불리할 텐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전달했다. 헌재가 “증인을 부르기보다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이에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청와대 위민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1시간20여분간 대책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헌재가 박 대통령에 대해 확인하려는 내용, 박 대통령과 최순실(61·수감 중)씨, 최씨 관련 인물들과의 관계 등을 논의했다.

결국 박 소장은 박 대통령 탄핵사건의 끝을 맺지 못하고 퇴임하게 됐다. 다만 그가 이끌어온 ‘제5기 재판부’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이어 박 대통령 파면 여부까지 심판하며 ‘헌나’(탄핵) ‘헌다’(정당해산)를 포함해 ‘헌가’(위헌)부터 ‘헌아’(각종 특별사건)까지 모든 헌재 사건을 심리했다”는 이력을 남겼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헌재소장의 공백은 불가피하다. 헌재는 이정미(55·16기) 재판관 이하 8인으로 공정한 재판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