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TPP 탈퇴 후폭풍… 일본 ‘발등의 불’ 호주·뉴질랜드 “계속 추진” 멕시코 “양자 협정”

입력 2017-01-24 18:08 수정 2017-01-24 21:4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알렉스 고르스키 존슨앤드존슨 최고경영자(오른쪽) 등 기업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법인세 인하와 규제 철폐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오른쪽 사진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0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트럼프에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중요성을 강조하겠다”고 발언하는 장면.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일본을 비롯해 12개국이 가입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대신 양자 간 협상으로 회귀한 트럼프 행정부를 맞아 TPP 당사국은 제각각 셈법을 고심하며 긴급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미국과 함께 TPP를 주도한 일본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TPP를 아베노믹스의 발판으로 삼으려던 아베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베는 트럼프가 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한다는 소식에 말콤 턴불 호주 총리와 심야 전화통화를 갖고 미국이 탈퇴하더라도 TPP의 조기 발효를 위해 노력하자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는 24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미국의 TPP 탈퇴 관련 질문에 “트럼프가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트럼프에게 TPP의 전략·경제적 중요성을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집중하면서 유럽연합(EU)과 경제연대협정(EPA) 체결을 목표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아베가 다음 달 초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갖고 TPP 탈퇴 번복을 설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아베의 구상은 쉽게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 부진을 거론하며 일본의 무역장벽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전날 백악관에서 미국 제조업체 최고경영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 자동차는 일본에서 안 팔리는데 일본은 미국에 수십만대를 수출한다”며 일본을 불공정 무역의 대표 사례로 들었다. 이에 산케이신문은 “미국이 보호주의적 태도를 강화하고 있는데 아베는 트럼프와 회담 일정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미국의 탈퇴에도 TPP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대신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비회원국들에 문호를 개방할 방침이다. 스티븐 치오보 호주 통상장관은 현지 ABC라디오에 “TPP 협상의 성과를 계속 이어나가길 바란다. 이를 위해 다른 회원국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회원국의 참여도 가능하다. 인도네시아도 관심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빌 잉글리시 뉴질랜드 총리도 “중국이 TPP에 참여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결정이 새로운 TPP를 모색하는 다른 회원국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앞둔 멕시코는 양자 간 무역을 추진할 방침이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TPP 회원국들과 개별적인 양자 무역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칠레와 페루는 RCEP로 선회할 계획이다. 캐나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싱가포르 등 다른 회원국들도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