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퍼스트(미국우선)’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압박 시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 정부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으로 불똥이 튀지 않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사흘 만인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취임 후 100일 이내 TPP 탈퇴’ 예고보다 훨씬 빠르다. 하루 전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TPP 탈퇴 선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양자 무역협정 쪽으로 통상정책의 가닥을 잡았음을 의미한다. TPP는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고 NAFTA는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간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양자 무역협정 시대로 가고 있다”면서 “27일 미·영 정상회담에서도 무역과 관련한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빠른 전개에 한국 정부는 동분서주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통상 현안 대응 방안 점검을 위한 상무관회의를 열었다.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격년마다 열리던 회의를 2년 연속 개최한 것이다.
우선 NAFTA 재협상에 대비해 남미 국가들과의 개별적 FTA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미국 국경이 막히면 남미로 뚫겠다는 일종의 ‘위험 회피’ 전략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등 중미 6개국과 한·중미 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최근엔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진출을 위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장관들을 만났다. 산업부 관계자는 24일 “NAFTA 효과를 기대해 멕시코에 세운 공장이 미국 수출은 물론 중남미 수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한·미 FTA에 대해선 상호 호혜 관계를 적극 알릴 계획이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현안 협의를 위해 조만간 미국 출장에 나서서 주요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들도 미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따른 파급효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미 정부는 기업들이 외국에서 만들어 들여오는 제품에는 막대한 국경세를 부과하고 미국 본토로 돌아오는 기업들에는 법인세 인하 혜택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 등 세제 혜택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손익계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을 해결하겠다며 정부가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거론한 점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셰일가스를 사와서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것”이라고 했고, 주 장관도 지난달 에너지 업계 사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부터 미국의 셰일가스 수입을 계기로 양국의 가스 분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주저하고 있다. 미국산 가스의 경우 중동산 가격의 80∼85%가 돼야 하는데 95% 수준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투데이 포커스] 트럼프 “TPP 탈퇴”… 협상 손바닥 뒤집 듯
입력 2017-01-24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