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교회협의회(NCCUSA) 제임스 윙클러 회장 겸 총무가 5박6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23일 귀국했습니다. 그는 방한 기간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 관계자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 문제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마지막 날인 23일에는 기자들과 간담회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 교계언론사들은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자리를 마련한 NCCK 관계자는 “공식 기자회견이 아니라 윙클러 총무가 귀국을 앞두고 식사하며 간단히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다. 교계 기자들까지 다 초청하면 자리가 커지기 때문에 공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NCCUSA에는 미국 내 에큐메니컬 진영의 38개 교단 3500만 명의 교인들이 속해 있습니다. 미국은 보수 복음주의자의 지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전 세계적으로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NCCK의 비협조로 교계 언론들은 이 단체의 수장으로부터 미국교회의 현 상황과 한국교회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고언을 들어볼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자리가 커지는 게 우려되면 소수의 기자가 대표로 취재하는 ‘풀 기자’제를 적용하면 됩니다. NCCK의 해명은 한마디로 구차합니다.
NCCK가 교계 언론을 가볍게 보고 소홀히 대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4월 NCCK는 동성애자이자 동성결혼 허용을 주장하는 김조광수 감독을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했습니다. 동성애 반대 단체들이 항의하자 자리를 옮겨 몰래 강연회를 진행했습니다. 소수의 목회자와 일반언론 중심의 일부 기자들만 동행했습니다. NCCK로부터 사실상 취재거부를 당한 NCCK 출입 교계기자단은 일반 언론과의 취재 차별 방지를 요구하는 성명서까지 발표했습니다.
2015년 4월 진도 세월호 침몰 해상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했던 선상예배’에서도 교계 언론을 홀대했습니다. 당시 NCCK 실무책임자가 배에 탈 취재 인원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교계언론 기자에게 “야 너 나와” “(배에) 태우려면 다른 애를 태울 거야”라며 폭언을 했습니다. 반면 공중파와 외신 방송사 등에는 언론사당 2∼3명의 취재인력이 승선하도록 했습니다.
일반 언론 앞에서는 슬슬 기고 교계 언론 앞에서는 고압적인 NCCK의 모습에 교계 기자들은 개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NCCK 간부들이 정치권에 한자리 얻는 데만 관심이 있어서 일반 언론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NCCK는 2년 전 ‘언론 공공성 회복’ ‘언론의 독립성·자율성 확보’를 주창하며 언론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앞에서는 바른 언론 문화 조성을 외치면서 뒤로는 교계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NCCK의 사회적 영향력과 교계 지도력, 존재감이 지금처럼 미미했던 적은 없습니다. 교계언론과의 불통에도 상당부분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NCCK 간부들은 그런데도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모릅니다. 불통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초래했던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할 자격이 NCCK에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미션 톡!] 교계언론에 등 돌린 NCCK… ‘불통’으로 고립 자초
입력 2017-01-24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