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강원도 원산 갈마공항 주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미국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미국 군사 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즈는 23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통해 갈마공항 인근 지역에서 ICBM 시험발사를 위한 흔적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버뮤데즈는 “상업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 3개월간 공항 인근 몇 개 진입로에 자갈이 깔리고 다져졌다”며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보다 무거운 ICBM 같은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발사장에서 가까운 지역에 새로 땅을 판 것은 장거리 미사일 모니터링용 카메라나 원격측정 장비 설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버뮤데즈는 앞서 지난해 6월 시험발사된 무수단미사일(화성 10호)의 발사 장소도 갈마공항이라고 주장했었다.
국방부는 24일 “확인된 바 없다”며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군은 ICBM 발사 예상 지역을 추적·감시하고 있지만 갈마공항 인근에서 발사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재천 합참 공보실장은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해 해당 지역(갈마공항 주변)에서 수차례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만큼 이와 관련된 기존 시설들이 포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군은 ICBM 발사 시 이를 추적하기 위해 이지스 구축함 1척을 동해에 추가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당시 변산반도 서쪽 해상에서 대기하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보다 빨리 발사 사실을 탐지한 바 있다. 공군의 항공통제기 E-737(피스아이)에도 ICBM 탐지 임무가 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일 ICBM 발사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은 이번엔 ICBM 요격 의사를 밝힌 미국에 강력 반발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겁에 질린 푼수 없는 자들의 발광증’이라는 논평에서 “(미국 측의) ICBM 요격 시도는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댕기는 것”이라며 “막아보려다가 (미국) 본토가 완전한 폐허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첨단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즉각적 반응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북한 핵 및 대량살상무기(WMD) 도발, 국지도발 위협 등에 대비하기 위해 사단정찰용 무인항공기(UAV)를 포함한 10여개 신규 무기를 연내 전력화하기로 했다. 연초부터 계속되는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위협 등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군은 UAV와 화생방 정찰장갑차Ⅱ, 울산급 호위함, 2.75인치 유도로켓 등을 전력화할 방침이다. UAV는 10㎞ 밖의 물체를 정밀하게 탐지하고, 목표물 자동 추적도 가능해 휴전선 주변에서 북한의 도발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다. 화생방전, 테러 위협, 유독가스 누출 사고 시 운용 가능한 화생방 정찰장갑차Ⅱ는 북한 핵과 WMD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이다.
글=김현길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北, 원산 인근서 ICBM 발사 준비’ 징후 포착
입력 2017-01-24 18:15 수정 2017-01-24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