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潘 2013년 유엔노조 단체교섭권 ‘거부’ 논란 있었다

입력 2017-01-25 05:03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오른쪽)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24일 오찬 회동을 위해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재임시절 유엔 사무국 직원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아 논란이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노조는 “전 세계 인권과 사회정의의 보루인 유엔이 노조의 기본적인 활동을 앞장서 탄압하고 있다”며 각국 노동자단체에 항의서명을 요청했고, 한국 노동계도 이에 동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유엔 노조는 2013년 7월 각국 노조에 ‘반기문 총장이 유엔 직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여러분의 지원을 요청한다’는 제목의 서한을 발송했다. 유엔 노조는 서한에서 “반 전 총장이 2013년 6월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묵살했다”며 “이는 최근 10년간 20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유엔 직원들의 안전과 서비스 환경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 전 총장 측의 이런 행동은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한 유엔헌장과 배치된다”며 “유엔이 인권을 존중하지 않으면 어느 회원국이 이를 지키겠느냐”고 했다. 노조는 서한에서 “노조는 유엔 내 6만5000명의 직원을 대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 당시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국 개혁방안을 놓고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국 운영이 비효율적이며, 예산 운영도 방만하다며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사무국 직원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비가 삭감되고, 직원들의 해고가 이어지자 현장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노조는 서한에서 “우리도 이런 변화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걸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유엔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인 직원들을 다루는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반 전 총장이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진행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이 유엔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하자 노조 측은 각국 노동단체를 대상으로 항의서명 캠페인을 벌였다. 한국의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도 2013년 9월 이 같은 내용을 알리며 항의 서명을 받았다. 전공노는 항의성명을 통해 “유엔이 유엔 내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거부하는 것에 실망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반 전 총장이 유엔 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이 유엔 재직시절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한 것은 차기 대권행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선주자로서 중요한 파트너인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노동전문가는 “단체교섭권은 사용자나 국적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권리”라며 “이를 가장 먼저 보장해야 할 유엔에서 노조와 충분한 대화 없이 협상을 거부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국제캠페인에 참여한 노조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유엔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식 인사이동과 구조조정을 해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반 전 총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당시 국제노동계에서 문제가 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유엔 사무국은 세계에서 가장 관료화된 조직 중 하나”라며 “방만하게 운영되는 부분을 효율적으로 개혁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교섭이 중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분담금을 내는 유엔 회원국에서도 운영방식 개편을 요구했기 때문에 단순 노사관계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