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발 세계 통상 환경 대격변이 시작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전격 서명했다. 이로써 2015년 10월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령양 지역 12개국 간에 맺어진 통상협정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그는 22일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했다. 대통령에 취임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취임사를 통해 강조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들을 잇따라 실행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이미 TPP에 대해 “미국에 잠재적인 재앙”이라며 취임 100일 이내에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NAFTA 재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통상 환경을 미국 주도로 재편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세는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한 통상정책 변화가 어느 정도 예견됐으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에 우리의 고민이 깊다. 당장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TPP 탈퇴는 우리나라에 직접적 피해를 가져온다는데 이견이 없다. 중국에 대한 무역 보복은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본질적 위기는 미국의 조치로 전 세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위협받는다는 사실이다. 이 경우 세계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 경제는 결정적 타격을 입는다. 한·미 FTA 역시 재협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속적인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우리나라를 트럼프가 그냥 놔둘 리가 없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NAFTA와 함께 한·미 FTA에 대해 “민주당 정부에서 체결한 실패한 협상”이라고 규정했다. 또 “한·미 FTA로 미국의 일자리 10만개가 날아갔다”고도 말했다. NAFTA에 이어 다음 타깃은 한·미 FTA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한·미 FTA 변화 등 대미 통상 여건 악화에 대비한 능동적 대처가 시급하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조만간 방미해 트럼프 내각 주요 인사들을 접촉할 예정이라고 하나 이 정도로는 안 된다. 한·미 FTA는 한국경제의 큰 버팀목이다. 최악을 상정해 산업부 수준이 아닌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보다 선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NAFTA 재협상과 관련, 우리 정부가 남미 국가들과 추진 중인 개별적 FTA 체결도 서둘러야한다.
큰 틀에서는 한·미동맹과 양국 간 경제 협력이 한국은 물론 미국의 국익에도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 급변하는 세계 무역질서에 부응하기 위한 산업구조 재편 등 새로운 국가 전략 수립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겠다.
[사설] 트럼프發 경제 불확실성 시대, 능동적 대처 절실해
입력 2017-01-24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