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신들의 위대한 지도자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연설에서 “그동안 정치인이 가졌던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마오쩌둥의 공산혁명 구호를 떠올리는 중국인이 많다. 서구의 이데올로기를 다른 나라에 강요하지 않고 자국 경제발전을 최우선시하는 모습에서는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개혁·개방을 밀어붙였던 덩샤오핑 실용주의와의 유사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진찬룽 인민대 교수는 23일 글로벌타임스에 “사람들은 관료와 이익집단에 대한 트럼프의 반감, 트위터를 통해 대중에게 기성 권력에 대한 반란을 선동하는 모습에 마오쩌둥을 연상하고 있다”면서 “이데올로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덩샤오핑의 실용주의와 닮았다”고 평했다.
마오쩌둥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듯 트럼프에 대한 중국인의 평가도 극과 극이다. 좌파 성향의 한 네티즌은 SNS에 “트럼프의 연설은 마오 주석의 사상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트럼프 연설의 정신 속에는 계급투쟁이 숨어 있어 전율을 느꼈다”고도 했다. 트럼프 취임식 이후 주말 사이 트럼프와 마오쩌둥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들(사진)이 온라인에서 퍼지기도 했다.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트럼프의 ‘호전적인’ 연설에서 마오쩌둥의 최대 과오 중 하나인 문화대혁명의 광기를 엿보고 있다. 포퓰리즘으로 전통과 권위를 뒤집는다는 점에서 트럼프를 마오쩌둥의 후계자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오빌 셸 전 미국 버클리대 저널리즘스쿨 원장은 ‘혁명적이고 포퓰리스트’로 칭한 마오쩌둥에 대해 “문화대혁명에서 노동자와 농민으로 엘리트 관료집단을 대체하며 중국의 이데올로기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분석했다.
케리 브라운 런던 킹스칼리지 교수는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 기고에서 “미디어에 대한 인정사정없는 공격, 기득권과 대결하면서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는 모습 등에서 두 사람이 닮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마오쩌둥과 트럼프는 학자들을 혐오했고 특히 마오는 자신을 반대하는 누구에게든 보복을 가했다”면서 “미국판 문화대혁명이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덩샤오핑과 트럼프의 연관성을 논하는 한 연구기관의 글도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트럼프를 선입견 없이 본다면 트럼프가 가진 신념의 주제는 미국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트럼프는 덩샤오핑의 수제자 같은 모습”이라고 평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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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꾼 트럼프 모습에 마오쩌둥·덩샤오핑? 왠지 떠올리는 중국인들
입력 2017-01-25 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