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혼자서도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됐다. 희귀난치병 때문에 오른팔이 또래보다 5배 정도 두꺼웠던 네팔 소녀 풀 마야(10)가 23일 서울아산병원에서 2차 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에는 오른팔이 너무 무거워 혼자서 몇 걸음 걷지 못하고 쓰러지곤 했다.
마야는 24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의 한 병실에 누워 있었다. 전날 3시간에 걸쳐 2차 수술을 받은 팔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수술이 힘들었는지 잠든 마야의 표정이 지쳐보였다. 마야의 아버지 상커 빌(49)씨는 걱정과 기대가 담긴 눈빛으로 딸을 바라봤다. 의료진은 이번 수술로 마야의 오른팔 부기가 절반 가까이 줄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5월 네팔의 지진 구호 현장에서 마야의 오른팔을 본 선교사들이 같은 해 10월 마야를 한국으로 초청했다. 검사결과 마야의 팔이 코끼리 다리처럼 부은 것은 희귀난치병인 ‘선천성 윤상 수축대 증후군’ 때문이었다. 띠 모양의 수축대가 오른 팔목을 고무줄처럼 감싸며 팔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치료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병원은 없었다.
마야의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일보 보도(2015년 11월 7일자 8면)로 알려지면서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수술을 지원했다. 마야는 지난해 1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축대를 제거하는 1차 수술을 받고 네팔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난 17일 다시 한국에 와 팔의 임파선종을 제거하는 2차 수술을 받았다. 마야는 수술 경과를 지켜본 뒤 다음 달 14일 네팔로 돌아갈 예정이다. 1·2차 수술 모두 치료비 전액을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지원했고, 정형외과 전문의 윤준오 교수가 집도했다.
마야를 돕고 있는 선교단체 비전아시아미션의 육순종 목사는 “마야가 살고 있는 네팔의 산골마을에서도 마야가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다들 고마워하고 있다”고 했다. 빌씨도 “두 번이나 초청해 딸의 팔을 치료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판 기자 pan@kmib.co.kr
‘코끼리팔’ 네팔 소녀 마야, 2차 수술 성공리에 마쳐
입력 2017-01-24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