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 맞춤목회 2제-1인 청년 세대] 꿈 잃은 청년들에게 ‘희망 공동체’ 되어야

입력 2017-01-24 21:10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A씨는 입학금만 부모에게서 지원받고 나머지 등록금은 모두 학자금 융자로 해결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집세와 용돈 등을 충당했고 학점은 학사경고를 간신히 피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취업의 문은 좁았다. 스펙 좋은 경쟁자들에게 밀려 대기업 입사에 실패했고 정규직 일자리는 점점 멀어져갔다. 3년 동안 행정고시에 매달렸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늦은 나이에 비정규직 보험설계사로 취업한 그는 어느새 30대 중반이 됐다. 버는 대로 빚을 갚아야 하니 수중에는 돈도 없다. ‘지옥고’(지하실 옥탑방 고시원)를 탈출할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N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등 삶의 많은 것을 포기한 20∼30대)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1인 가구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가 1995년 164만명에서 2015년 520만명으로 늘었다. 1인 가구 비율은 12.7%에서 27.2%로 상승해 가장 주된 가구 유형이 됐다. 그 가운데 청년층이 있다.

청년사역연구소 대표 이상갑(산본교회) 목사는 최근 한국교회가 꿈을 잃은 청년들의 ‘도피성’ 공동체(민 35)가 돼야 한다며 ‘1인 청년 가구를 대상으로 한 목회전략’을 제안했다.

청년의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원인으로는 학자금 대출 등으로 인한 재정 압박, 개인주의, 불안정한 고용 등 현실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목사는 “청년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시대에 한국교회가 청년 구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며 “청년이 빈곤 취약계층으로 몰락하지 않도록 시민운동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교회는 청년들이 부채를 줄이고 자립할 수 있도록 장학금 및 주거 공간(학사관 그룹홈 등)을 지원하고 경제 양극화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청년을 봉사와 섬김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세우고 청년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교회 분위기도 조성해야 한다. 청년의 영적 성숙을 위해 개인 및 공동체 훈련을 활성화하고 1인 가구의 취미그룹을 형성해 지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교회 내 봉사와 섬김에 참여하도록 지원하면서 요양원 보육원 등 외부에서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을 권유해 의미 있는 사역을 하도록 연결해야 한다.

이 목사는 “빚으로 신음하는 청년이 낙망해 넘어져 있을 때 다시 일어서는 힘을 영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면서 “특히 청년들을 사회봉사로 이끌어야 기독교의 본질도 살리고 청년들이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고 말했다.

그는 “우리 시대 청년들은 광야에서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채 신음하고 있다”며 “교회가 청년들을 위한 대안을 찾고 세상의 대안 공동체로 자리매김한다면 여전히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삽화=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