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106> 37명의 엘비스

입력 2017-01-24 17:38
영화 ‘엘비스와 닉슨’

거세고 넓은 역사의 물줄기 위에 떨어져 부유하는 나뭇잎 하나, 그리고 이를 담은 별것도 아닌 한 장의 사진. 그것이 할리우드에 오면 훌륭한 한 편의 영화로 재탄생한다. ‘엘비스와 닉슨(2016)’.

1970년 12월 21일 백악관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와 리처드 닉슨이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은 사진으로 찍혔다. 나름대로 유명한 사건이요, 사진이다. 라이자 존슨이라는 여성감독에 의해 이 사건은 코미디영화로 만들어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두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이다. 과연 얼마나 실제 인물과 싱크로율이 높을까. 우선 엘비스 역의 마이클 섀넌. 우리에겐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조연 전문배우다. 그나마 국내에 얼굴을 알린 건 헨리 캐빌이 슈퍼맨으로 나온 ‘맨 오브 스틸(2013)’의 악역 조드 장군 역할 정도. 베테랑 연기자답게 발음을 길게 끄는 듯한 엘비스 특유의 말투와 표정, 제스처 등은 그럴싸하다. 그래도 워낙 닮지 않은 외모 탓에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래서일까, 엘비스를 연기한 다른 배우들이 생각났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엘비스를 연기한 배우는 무려 37명이나 된다. 그중 가장 그럴듯했던 배우로는 단연 커트 러셀이 떠오른다. 엘비스를 연기한 배우들 가운데 가장 훌륭했다는 평을 받는다. TV영화인 ‘엘비스-영화(1979)’에 출연했다. 돈 존슨도 있다. TV 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로 유명세를 떨친 그는 엘비스와는 그리 많이 닮지 않았지만 표정연기는 매우 흡사했다. 역시 TV영화인 ‘엘비스와 뷰티 퀸(1981)’에 출연. 가장 최근에 나온 엘비스로는 조너선 리스 마이어스가 있다. 영국 출신이어서 다소 의외의 캐스팅으로 여겨졌으나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TV 미니 시리즈 ‘엘비스(2005)’에 출연. 어쨌거나 ‘엘비스와 닉슨’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할리우드 손에 걸리면 영화가 된다. 우린 왜 ‘무엇도 아닌’이 아니라 ‘무엇’이 있는데도 그걸 가지고 멋진 영화를 못 만드는 걸까?”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