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한국교회 95% 참여… 역대 최대 연합 주님께 감사”

입력 2017-01-24 21:16 수정 2017-01-24 21:39
한국교회총연합회 공동대표인 전명구 기감 감독회장(왼쪽)과 김선규 예장합동 총회장(왼쪽 두 번째), 이성희 예장통합 총회장(오른쪽)이 지난 20일 서울 강동구 C채널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일보-C채널 공동대담 후 손을 잡았다. 이날 사회를 맡은 유관재 기침 총회장(오른쪽 두 번째)은 한교총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는 선교 132년 역사상 최초로 ‘장·감·성·순·침’(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 침례교) 교단이 하나 돼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라는 단일 연합체를 출범시켰다. 국민일보는 C채널과 공동으로 지난 20일 서울 강동구 C채널 스튜디오에서 3명의 한교총 공동대표를 초청해 대담을 갖고 종교개혁 500주년인 올해 한교총 출범이 갖는 의미와 앞으로 과제 등을 들어봤다.

국민일보·C채널, 한교총 공동대표 초청 대담
<이성희· 김선규 총회장, 전명구 감독회장>


-유관재 총회장=한교총 출범이 갖는 의미는.

김선규 총회장=대통령 탄핵정국으로 한국사회가 혼란 속에 있고 교회는 이단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기독교(개신교)를 보호하고 교회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공동체가 필요하다.

이성희 총회장=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심하다. 이것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회 연합기구라고 말하지만 연합이 되지 않은 기구들이 존재해 왔다. 이번에 한교총이라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연합체가 생겨난 것은 의미가 크다.

전명구 감독회장=기감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창립멤버로서 교회 일치에 힘을 쏟아 왔다. 같은 맥락에서 한교총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교총은 한국교회의 95%가 참여하고 있는 역대 최대 단체다.

-=한교총 논의 과정은 어땠나.

=보수교단을 대변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진보교단을 대변하는 NCCK를 하나 되게 하려는 노력은 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단추가 잘 끼워지지 않았다. 감사한 것은 한국교회 교단장회의에 소속된 23개 교단들 사이에 ‘이제는 한국교회가 하나 돼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 중 주요 7개 교단 대표들이 7인위원회를 구성했고 한국교회를 아우르는 한교총을 발족시킬 수 있었다.

-=한교총의 시스템은 어떻게 되나.

=한교총은 철저하게 교단 중심으로 돼 있다. 교단 정체성은 그대로 인정하고 연합체로서 대정부, 대사회, 대북문제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한다.

-=한교총의 위상은 어때야 할까.

=한교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뿐만 아니라 이들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기감과 예장합동, 여러 군소교단까지도 다 같이 어우러져 하나 되는 구조다. 한교총이라는 큰 틀에서 3·1절, 부활절, 종교개혁 500주년 행사부터 강단교류, 긴급구호, 대사회적 메시지 발표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가 하나 돼 정치·경제·사회 문제에 길을 제시할 것이다.

=교회만큼 역량이 있는 곳도 없다. 사회적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개혁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 역량을 발휘할 아주 좋은 기회다.

=위기상황과 현안에 대해 한국교회가 함께 대응하는 좋은 힘,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 정부를 향해 쓴 소리도 낼 줄 알아야 한다.

-=혹자는 한교총이 제4의 단체, 이름만 바꾼 한기총이라고 한다.

=한교총이 사단법인을 만들면 제4단체가 맞다. 하지만 조직을 어디에도 등록했다는 말이 없다. ‘빅텐트’를 치고 한기총 한교연이 다 들어오는 개념이다. 나아가 NCCK도 같이 어우러지는 개념이다. 기감과 예장합동 등 한기총 비가입 교단이 한교총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이름만 바꾼 한기총이라는 이야기는 맞지 않다.

=교회와 노회, 위원회에 지붕을 씌운 교단 조직을 총회라고 부른다. 한교총도 한기총 한교연에 지붕을 씌워서 하나가 되는 개념이다.

-=한교총을 바라보는 한기총과 한교연의 시각에 온도차가 있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서로 대화하자고 했지만 대화가 적었다. 전체적으로 지붕을 잘 씌우려면 필요한 게 많다. 하나 되자는 대의에는 합의된 상태다. 작은 문제들은 하나하나 해결하면 괜찮을 것이다. 앞으로 지켜봐 달라.

=목적지를 향해 가더라도 일찍 가는 사람이 있고 조금 늦게 가는 사람이 있다. 그래도 결국은 같은 목적지에 도착한다. 하나 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달려가고 있다.

-=한교총 출범과 관련해 각 교단의 입장은.

=교단 내에는 일부 비판적인 이들도 있다. 그때마다 한교총은 교단의 상위기관도 아니고 교리적인 것을 다루는 곳도 아니라고 말한다. 대사회나 대정부, 대북 문제와 관련해 한목소리를 내는 곳이라고 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모두가 하나 돼야 한다.

=한교총 가입을 제일 먼저 결의한 교단은 기감이다. 총회 실행위원회에서 한교총 준비과정과 앞으로 가야할 길을 잘 설명해 모든 회원이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예장통합은 한교연과 NCCK에서 모두 활동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활동하는 것은 그만큼 폭이 넓다는 의미다. 그래서 한교총 문제가 나왔을 때 누구하나 반대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있다. 예장통합은 연합사업위원회를 통해 대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는데 이미 한교총에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기침은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연합사업을 임원회에 일임했다. 한교총 참여에 대해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각 교단들이 이렇게 합의하면 총대들이 기쁘게 박수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계청 종교인구 조사에서 기독교(개신교)가 1위 종교가 됐다.

=국내 최대 종교가 된 것은 고무적이고 감사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기독교가 근대에 와서 한국만큼 잘 정착한 사례도 없다고 본다. 일본과 중국은 우리보다 복음을 먼저 받아들였지만 복음화율이 낮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서구 기독교 국가의 식민지배를 받았지만 이슬람 국가가 됐다. 그런 면에서 하나님은 한국을 축복하셨다. 한국교회는 감사에 그치지 말고 최대 종교답게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2018년은 건국 70주년이 되는 해이고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다. 이렇게 중요한 때 한국교회가 사회와 민족을 위해 할 일이 굉장히 많다. 다시 개혁해서 민족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500년 전 종교개혁은 가톨릭의 교권 사유화와 성직 매매, 면죄부 판매 등에서 벗어나 공교회성을 되찾자는 운동이었다. 종교개혁 현지를 방문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종교개혁 과제인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는 곧 하나님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성경말씀을 많이 아는 것에 그치지 말고 말씀을 그대로 살아내야 한다. 변질된 사회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건강한 사회로 변화시키는 데 종교개혁의 의미가 있다.

=국내 1위 종교라고 하지만 개신교 신자는 전체 인구의 20%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신자들이 기독교를 보는 시각이 어떤지, 그들이 우리에게 거는 기대감이 무엇인지 늘 생각해야 한다. 복음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섬기고 나눔으로써 그들이 주님께 돌아오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500년 전 종교개혁은 믿음으로 구원받는 이신칭의 진리를 외쳤다. 요한 웨슬리는 ‘구원받은 사람이 어떻게 거룩한 삶을 살아내는가’라는 이신성화를 강조했다. 3차 종교개혁에선 이신청빈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교회가 세상을 향해 베푸는 이신청빈의 삶을 살 때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다.

-=세상의 최고 가치는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는 낮아지고 나눠야 한다. 몇 년 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 신뢰도 1위가 천주교였고 기독교는 꼴찌였다. 그런데 ‘어느 종교가 사회봉사를 많이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대다수가 기독교라고 답했다. 사회봉사를 열심히 하면서 신뢰도는 꼴찌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교회가 하나 되지 않고 싸웠다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한국교회가 한교총을 통해 하나 된다는 것은 한국교회에 희망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하나 되는 일에 힘쓰며 세상을 향해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