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극장가②] ‘재키’ or ‘매기스 플랜’… 감성 충전 어때요

입력 2017-01-26 04:03

떠들썩한 명절 분위기에 취해 있자면 연휴는 눈 깜짝할 새 흘러가버린다.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기 위한, 영화 한 편의 여유를 누려보는 건 어떨까. 올 설 극장가에는 메마른 감성을 적셔줄 작품들이 여럿 눈에 띈다. 소소한 이야기라도, 그 안에 큰 메시지를 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스크린을 틀어쥔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 상영관만 잘 찾아낸다면 말이다.

가족, 그 안의 애증 : ‘단지 세상의 끝’

불치병에 걸린 유명 작가 루이(가스파르 울리엘)는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12년 만에 고향집을 찾는다. 어머니(나탈리 베이)와 여동생(레아 세이두)은 그를 반기지만, 자격지심이 있는 형(뱅상 카셀)은 영 못마땅해 한다. 처음 만난 형수(마리옹 코티아르)와도 어색한 상황. 불편한 식사를 함께하던 다섯 식구는 점차 서로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을 터뜨린다.

지난해 제69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단지 세상의 끝’(감독 자비에 돌란)은 프랑스 극작가 장 뤽 라갸르스의 동명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서로 사랑하지만 소통의 부재라는 벽에 가로막힌 이들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인간의 고독을 이야기한다.

비극을 견뎌내는 의지 : ‘재키’

1963년 11월 22일,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카퍼레이드 도중 암살당한다. 당시 그의 곁을 지킨 부인 재클린 케네디(나탈리 포트만)는 충격과 절망에 휩싸인 와중에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애쓴다. 매우 의연한 태도로.

‘재키’는 재클린 케네디의 애칭이다. 남편의 장례식을 무사히 마친 재키가 기자(빌리 크루덥)에게 지난 일주일간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방식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인물의 감정 흐름에 집중했다. 재키의 복잡다단한 심리상태는 나탈리 포트만의 섬세한 연기로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졌다.

정답 없는 세상살이 : ‘매기스 플랜’

결혼하지 않고 아이만 갖고 싶다는 매기(그레타 거윅)의 계획은 대학강사 존(에단 호크)을 만나면서 틀어진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혼전 아기를 갖고 부부가 된다. 존에게는 대학 정교수로 일하는 전 아내 조젯(줄리안 무어)이 있다. 신기하게도 두 가정은 왕래하며 관계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매기는 육아와 경제활동에 관심 없는 존을 조젯에게 ‘반품’하고 싶어진다.

뉴욕 배경의 달달한 로맨스로 출발하는 영화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로 흐른다. 굳이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도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의지하며 살 수 있다는 따뜻한 희망을 품는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레베카 밀러 감독은 ‘세일즈맨의 죽음’을 쓴 극작가 아서 밀러의 딸이다.

권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