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극장가①] ‘더 킹’이냐 ‘공조’냐… 답답함 날려볼까요

입력 2017-01-26 04:02 수정 2017-01-26 16:00
설 연휴 극장가를 사로잡을 기대작들. 왼쪽부터 조인성·정우성 주연의 ‘더 킹’, 여성 히어로를 내세운 ‘레지던트 이블6’, 현빈·유해진이 함께한 ‘공조’의 극 중 장면. 각 영화사 제공

파도 파도 끝이 보이지 않는 시국에 지친 이들이여, 극장으로 오시라. 영화에 빠져있는 2시간여 동안이나마 현실의 답답함을 지울 수 있을 테니. 올 설 연휴 극장가는 무겁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영화들로 채워졌다. 부패권력을 통렬하게 풍자한 ‘더 킹’과 분단의 쓰라림을 액션과 코미디로 풀어낸 ‘공조’가 2파전을 벌인다.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어린이 관객들이 반길 만한 애니메이션의 공세도 만만찮다.



대세를 따르자면

지난 18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 질주 중인 ‘더 킹’(감독 한재림)은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대한민국처럼 권력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있을까?’ 영화는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어 검사가 된 태수(조인성)가 ‘실세’ 정치검사 강식(정우성)을 만나 겪게 되는 우여곡절을 그린다. 탐욕의 허망함을 조롱하는 영화는 ‘권력의 진짜 주인이 누구냐’는 의미 있는 물음을 던진다.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등 모든 배우가 제 몫을 확실히 해낸다.

‘더 킹’과 쌍끌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공조’(감독 김성훈)는 우리 현실을 좀 더 가볍게 터치한다. 북한에서 비밀리에 제작된 위조지폐 동판을 훔쳐 달아난 일당을 잡기 위해 남으로 파견된 북한 특수부대 출신 형사 철령(현빈)이 남한형사 진태(유해진)와 팀을 이뤄 ‘남북 최초의 공조 수사’를 벌이는 상황을 가정했다. 자동차 추격·격투·총격신을 망라한 현빈의 화려한 액션에 유해진표 코믹 연기가 어우러져 오락영화로서의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할리우드 스케일이란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감독 폴 앤더슨)은 좀비 블록버스터의 한 획을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2002∼2017)의 여섯 번째 이야기이자 최종편이다. T-바이러스에 감염된 세상을 구할 백신 정보를 입수한 인류의 유일한 희망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파멸의 근원지 ‘라쿤 시티’로 돌아와 사태의 원흉인 엄브렐라 그룹과 벌이는 마지막 전쟁을 그린다. 엄브렐라 그룹의 사령관 리 역으로 특별출연한 이준기는 짧지만 강한 존재감을 뽐낸다.

‘딥워터 호라이즌’(감독 피터 버그)은 2010년 4월 발생한 동명의 석유 시추선 폭발 사건을 다뤘다. 사상 최악의 해양 석유 유출 참사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는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참혹했던 당시를 충실히 재현해냈다. 무리한 작업량으로 배가 이미 시한폭탄 같은 상태였음에도 비용 등을 이유로 안전검사를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하는 안전불감증은 동서양 공통인 듯하다. 재난영화 공식을 따르면서도 감정 과잉을 배제해 더 깊은 울림을 준다.



동심을 깨워주는

일본에서 1500만 흥행을 거둔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이 국내에서도 막강한 관객동원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4일 국내 공개된 영화는 19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꿈속에서 몸이 뒤바뀐 도시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가 만들어가는 기적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사람과 사람 사이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 타인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 빛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놓은 듯한 영상미 또한 훌륭하다.

수많은 공주 캐릭터를 탄생시킨 디즈니가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했다. ‘모아나’(감독 론 클레멘츠·존 머스커)는 당찬 폴리네시안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남태평양의 평화로운 섬 모투누이, 족장의 딸인 모아나(아우이 크라발호)는 마을에 머물러야 하는 운명을 거스르고 저주받은 섬을 구하기 위해 반신반인 마우이(드웨인 존슨)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 CG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실사에 버금가는 현실감을 구현했으며, OST의 완성도를 위해서도 공을 들였다.

‘너의 이름은.’ ‘모아나’를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 한다면, 장난감 터닝메카드를 소재로 한 ‘터닝메카드W: 블랙미러의 부활’(감독 홍헌표)은 10세 전후의 어린이를 주 타깃으로 하는 ‘국산 애니’다. 세계를 악으로 물들이려는 블랙미러의 부활과 지구의 운명은 건 메카니멀(변신로봇)들의 대결이 그려진다. 앞서 KBS 2TV에서 시리즈로 방송돼 어린이 시청자들의 큰 지지를 얻었는데, 지난 18일 개봉된 극장판 역시 누적 관객수 30만명에 육박하며 선전 중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