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통업계 오너 3세, 대륙서 K패션 쟁탈전

입력 2017-01-25 05:02
삼성물산 패션부문 중국 '에잇세컨즈'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는 중국인 모습.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내수 중심이었던 패션업계가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패션·유통업계 오너 3세들이 중국 패션산업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어 올해 자존심을 건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기업 한섬은 항주지항실업유한공사와 협업을 맺고 남녀 캐주얼 브랜드인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를 중국에 선보인다. 중국 항주대하백화점에 시스템옴므 첫 단독 매장이 들어서고 쇼핑몰에는 남녀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놓은 형태로 운영한다. 2020년까지 누적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한섬은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2012년 한섬 인수를 정 회장이 진두지휘했다.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된 이후 한섬은 경쟁사들이 제자리걸음을 할 때 매출이 50%까지 늘어나는 등 알짜 회사로 거듭났다. 그룹 내 한섬 매출 비중은 10분의 1도 되지 않지만 백화점과의 시너지 효과와 신규 시장 개척 가능성이 커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한섬은 중국 내 영향력이 강한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SK네트웍스 패션부문까지 인수한 만큼 중국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섬이 제시한 ‘2020년 1500억원’이라는 매출 목표는 공교롭게도 신세계그룹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SI)이 제시한 금액과 같다. SI는 2011년 중국에 ‘보브’를 론칭한 데 이어 지난해 5월 여성복 브랜드 ‘지컷’을 중국 상하이 쇼핑몰에 선보였다. SI는 신세계백화점 정유경 총괄사장이 총지휘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를 졸업하는 등 패션에 대한 애착과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I는 캐주얼 브랜드 위주였던 중국 시장에서 여성복 브랜드를 내세웠다. 당초 지컷은 올해 중국에 진출할 계획이었지만 앞서 진출한 보브가 48개 매장을 내는 등 성공을 거두며 중국 진출을 1년 앞당겼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SPA(제조유통일괄) 브랜드와 남성복 투트랙 전략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1998년 제일모직 시절 스포츠 브랜드 ‘라피도’를 선보인 이후 ‘빈폴’ ‘엠비오’ ‘빈폴아웃도어’ 등을 론칭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이후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패션을 전공한 이서현 사장은 론칭 당시부터 애착을 가졌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로 지난해 중국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에잇세컨즈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을 활용해 브랜드 작명을 했을 정도로 중국 진출에 공을 들인 브랜드다.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업 대신 단독으로 진출했다. 자라(ZARA), H&M,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경쟁하는 상하이 화이하이루 거리에 매장을 연 에잇세컨즈는 개점 한 달 만에 누적 매출 30억원을 달성하는 등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