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막히는 ‘고향 가는 길’ ‘마음의 양식’ 채워볼까

입력 2017-01-26 04:14

귀성길 버스나 기차에서 읽을 만한 책으로는 어떤 게 좋을까. 흥미진진한 소설이나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인문과학 서적도 나쁘진 않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에세이가 제격일 듯하다.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는 데 성공한다면 고향 가는 길이 조금은 덜 지루할 수도 있겠다.

올겨울 서점가에 등장한 책들 중에서는 우선 작고 가벼운 문고본에 눈길이 간다. 특히 일본 작가 요네하라 마리(1950∼2006)의 대표작 5권을 문고본으로 묶은 ‘요네하라 마리 특별 문고 시리즈’(마음산책)는 아담한 사이즈 덕분에 귀성길에 동반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체코 프라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는 언어학 문화인류학 역사학 등을 아우르는 방대한 지식으로 인기를 끈 스타 저술가였다.

연초에 나온 신간 중에는 이색적인 소재로 눈길을 사로잡는 책들이 많았는데, ‘잠 못 드는 고통에 관하여’(루아크)는 그런 신간 중 하나였다. 작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저자 RM 본은 40년간 불면증을 앓으며 고통 받은 ‘불면의 기록’을 심도 있게 풀어낸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피폐한 삶이 묻어 있어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불면의 문제를 다룬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독특한 시각으로 숙면의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각방 예찬’(행성B잎새)도 관심이 가는 에세이다. 저자인 프랑스 사회학자 장클로드 카우프만은 30년 넘게 부부 관계를 연구한 이 분야 전문가다. 그는 부부가 침대 두 개를, 혹은 각방을 쓸 때 불면의 고통을 떨치고, 원만한 부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부는 반드시 한 침대에서 자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내라고, ‘같이 자는 한 침대는 사랑을 죽일 수도 있다’는 내용이 이색적인 책이다.

쉽게 읽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묵직한 책을 원한다면 ‘곤란한 성숙’(바다출판사)을 숙독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일본의 대표적 사상가 우치다 다츠루가 한 웹진에 오랫동안 연재한 인생 상담 기록이 담겨 있다. 그는 ‘책임을 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노동이란 무엇인가’ ‘회사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같은 간단치 않은 질문을 부여잡고 자신의 세계관을 펼쳐 보인다. 표지에는 ‘미성숙한 사회에서 성숙한 어른되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독서가 취미이고 장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문학동네)를 통해 광활한 책의 세계를 탐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20만권에 달하는 책을 소장한 장서가로 유명하다. 그는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책이 빽빽하게 들어선 서가인 ‘고양이 빌딩’을 소개하면서 문학 역사 철학 물리학을 아우르는 지성의 역사를 들려준다.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