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탄소제로 도시 구미'의 상징물로 자리매김한 세계 최초 무선충전 전기버스가 지난 12일 버스정류장에 정차해 있다. (2) 구미시 탄소제로교육관에 현장학습 온 어린이들이 지난 12일 이산화탄소를 잡아먹는 애니메이션 나무심기 체험을 하고 있다. (3) 구미시의 생태환경이 좋아지면서 매년 도시 곳곳의 호수나 샛강을 찾는 철새의 개체 수가 늘고 있다. 지난 11일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수백 마리가 지산샛강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4) 금오테크노밸리 전경. 시는 시청, 학교, 기업 등의 담장을 허물고 꽃과 나무를 심었다. 10여년간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 45곳이 만들어져 총 282개의 녹색공간이 도심의 허파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직장인 등 시민들이 지난 11일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녹색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경북 구미시 금오산 올레길을 산책하고 있다. 구미시는 완성단계인 '그린시티'를 기반으로 탄소산업을 선도하는 친환경 첨단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이제는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멀리 떠날 필요가 없어요. 도시 곳곳에 우거진 숲과 휴식공간, 놀이시설이 넉넉해요. 공장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희뿌연 연기를 보면서 등하교하던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꿈만 같은 일이죠."
경북 구미시 구포동에 살고 있는 박태준(48)씨는 불과 10여년 사이에 구미시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구미시는 지난해 10월 환경부 '그린시티(Green City) 평가'에서 전국 1위에 선정되면서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자연과 인간, 첨단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그린시티로 공식 인정받은 셈이다. 10여년간 뚝심 있게 진행해 온 친환경 정책의 결실이다.
구미시는 낙동강 페놀 유출, 불산 누출 사고 등 아픈 기억을 가진 공단도시다. 하지만 시민과 기업, 공무원은 구미시의 회색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양팔을 걷어붙였다.
11년 전인 2006년 도시숲 조성을 위한 '일천만 그루 나무 심기'는 그 시작이었다. 이후 2008년 '기후변화 선도도시' 출범, 2010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탄소제로도시' 선언, 2014년 세계 최초 무선충전 전기버스 운행, 대구·경북권 유일의 탄소제로교육관 개관 등 다양한 정책이 꾸준히 이어졌다.
구미시는 주민·환경단체가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타 지자체와 차별화된 생태벨트를 이어가면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환경을 확실하게 복원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지역의 대표 생태공간인 산동참생태 숲을 비롯해 지산샛강 외에도 금오지 학서지 검성지 문성지 등에 친환경 생태공원이 조성됐다.
2013년 인동 도시숲과 송정 철로변 숲길, 해평 송곡리 느티나무 숲길은 산림청이 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가로수 62선'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금오천은 물순환 하천정비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운동과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명품 수변도시 및 오토캠핑장, 실버 그린볼 파크, 물놀이장 등 레저시설을 건설 중이다. '구미에코랜드'와 '구미시산림문화관'은 올봄 개관을 앞두고 있고 '무을 돌배나무 특화숲' 또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외에도 구미시는 천연가스 자동차 보급 확대, 자원 재활용 및 자원화를 통한 에너지 효율성 증대, 에너지 절약 및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등을 추진했다. 각종 환경 캠페인과 교육을 통해 녹색생활 실천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첨단소재산업과 푸른 환경이 조화를 이룬 '살고 싶은 그린시티'. 이제 구미시의 새 이름이다.
■남유진 구미시장 “美 레드먼드 같은 수준높은 정주도시 만들 것”
‘작은 거인’ ‘만능 스포츠맨’ ‘아이디어 뱅크’로 불리며 11년간 구미시를 이끌어온 남유진(64·사진) 구미시장을 지난 11일 시청 접견실에서 만났다. 남 시장은 “이제는 우수한 인재가 있는 곳에 공장이 몰리는 시대”라며 “건강한 도시환경과 수준 높은 정주(定住)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린시티 평가란.
“그린시티 평가는 우리나라 환경 분야 최고의 종합평가제도다. 환경부가 2년마다 도시환경, 자연환경, 기후변화, 환경행정역량, 대표환경시책 등을 평가해 전국에서 환경관리가 가장 우수한 지자체를 선정한다.”
-그린시티 선정이 구미시에 주는 의미는.
“구미시장으로서 무척 기쁘고 감격스럽다. 그동안 그린시티 대통령상에 순천 제주 춘천 등 청정도시가 선정됐으나 산업도시인 구미시의 대통령상 수상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43만 구미시민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마음으로 지난 10년간 땀 흘려 노력한 결과다.”
-앞으로의 발전 계획은.
“시정의 궁극적 목표는 시민의 행복이다. 시민들이 삶터와 일터 모두에서 행복할 때 구미시도 발전할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그린시티 선정에 어울리도록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천만 그루 나무심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바탕으로 시민들에게 더욱 풍요롭고 다채로운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며 그린시티의 명성을 이어갈 것이다.”
-그린시티 외에 역점 추진 사업은.
“제가 꿈꾸는 구미시의 미래는 다양한 정주여건이 서로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도시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몰렸는데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그 반대로 우수한 인재들이 있는 곳으로 공장이 몰린다. 미국의 레드먼드라는 도시가 이를 입증한다. 시애틀 아래 자리한 인구 5만의 작은 도시이지만 세계 IT산업을 선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닌텐도 미국법인, 미 통신분야 최대 기업인 AT&T 등 첨단기업들이 자리해 있다. 주목할 점은 별다를 것 없던 이 도시에 그림 같은 집들과 호수, 아름다운 공원, 다양한 교통 및 문화서비스 등이 갖춰지면서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결국 건강한 도시환경과 수준 높은 정주여건이 조화롭게 어우러졌을 때 우수한 두뇌와 기업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구미시가 해온 작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는 2월에는 미국 시애틀과 레드먼드를 방문해 이들 도시와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많은 인력과 기업들이 찾아오는 구미시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구미=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앵글속 세상] ‘그린시티’ 구미, 회색도시가 자연이 숨쉬는 도시로
입력 2017-01-24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