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연(41)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 상임지휘자 겸 예술단장. 그에게는 국공립 오케스트라 역사상 최초의 여성수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이런 수식어를 빼더라도 성 단장은 현재 한국 클래식계에서 가장 뜨거운 지휘자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힌다.
2014년 1월 취임한 성 단장은 지난 3년간 다양하고 신선한 시도로 경기필의 역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연임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국내 오케스트라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적 음반레이블 데카에서 첫 정규 음반 ‘말러 교향곡 5번’을 발매했다. 또 인공지능(AI)이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 등 다양한 기획으로 음악 애호가부터 초심자 관객까지 두루 호평을 받았다.
23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만난 성 단장은 “처음 경기필에 왔을 때는 단원들의 자발적인 뮤지션십을 끌어내기 위해 애썼다.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지휘자의 역할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단원들에게 서로 연주를 들으면서 호흡을 맞출 것을 주문했다. 아직도 숙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나와 단원들이 서로 익숙해지면서 앙상블과 밸런스가 많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 지원을 받는 경기필은 수원을 동시에 연고로 한 수원시향(지휘자 김대진)과 지난 몇 년간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각 흥미로운 기획을 선보이면서 두 오케스트라 모두 관객이 증가했다. 그는 “두 오케스트라가 열심히 한 덕분에 수원의 클래식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관객들이 두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색깔을 비교해서 보면 더 재밌을 것 같다”며 웃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경기필은 야외음악회, 영화음악 콘서트 등 대중 친화적인 프로그램과 함께 브람스 ‘독일 레퀴엠’,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말러 교향곡 9번 등 어려운 대작에도 도전장을 냈다. 그는 “지휘자로서 어떻게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늘 고민”이라면서 “오케스트라는 관객보다 한걸음 앞서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을 뒤에서 밀어주면서 앞에서 끌어주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올해 경기필 스케줄 중 권위 있는 음악축제인 ‘무직페스트 베를린(Musikfest Berlin)’에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초청받은 것이 눈에 띈다. 경기필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탄생일인 9월 17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예악’ ‘무악’ 등을 연주할 계획이다. 그는 “한동안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국내 클래식계에서 윤이상을 터부시해왔다. 하지만 나는 한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작곡가 윤이상의 100주년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며 “지난해 봄부터 경기필의 무직페스트 공연을 추진한 끝에 성사됐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필 이외 올해 해외 오케스트라의 지휘봉도 여러 차례 잡는다. 2월 도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시작으로 3월 라인란트 팔츠 오케스트라, 7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
[인터뷰] 신선·파격… 성시연 경기필 상임지휘자 겸 예술단장 “관객에 어필할 기획 늘 고민”
입력 2017-01-24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