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4000만원 전세+소형차’ 7만9000원 → 1만8000원

입력 2017-01-24 05:03

현재 지역가입자는 연간 종합과세소득 500만원 초과 가구의 경우 소득, 재산, 자동차에 보험료가 붙는다. 종합소득이 500만원 이하일 땐 ‘평가소득’(성·연령, 재산, 자동차, 소득으로 추정)과 재산, 자동차에 점수를 매겨 보험료를 부과한다. 이 때문에 소득이 없어도 구성원의 성별, 나이, 재산(전월세 포함)에 따라 더 많은 보험료가 발생했다. 평가소득에 반영된 재산, 자동차에는 별도 보험료가 또 붙어 ‘이중 부과’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는 이런 불합리한 ‘평가소득 보험료’를 폐지키로 했다. 또 연 과세소득 100만원 이하의 취약층 지역가입자는 월 1만3100원의 ‘최저 보험료’가 도입된다(1단계). 향후 3단계가 되면 연소득 336만원 이하로 대상이 확대되고 월 보험료는 1만7120원으로 조정된다. 이는 직장가입자가 내는 월 최저 보험료(사용자 부담분 포함)와 같아지도록 설계됐다.

월세 50만원의 지하 단칸방에서 별다른 소득 없이 어렵게 생활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의 경우, 3만6000원의 ‘평가소득 보험료’와 별도로 재산(월세)에 1만2000원의 보험료가 더 붙어 매달 4만8000원을 꼬박꼬박 내야 했다. 앞으로 1단계 건보료 개편안이 실현되면 이들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은 최저 보험료 1만3100원만 내면 된다.

최저 보험료 도입 등으로 일부 취약계층은 보험료가 되레 올라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도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의 경우 월 보험료로 최저 3590원을 내고 있는데, 앞으로 3∼4배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2000∼3000원이 없어 건보료를 6개월 이상 내지 못하는 ‘생계형 체납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현재 보험료보다 인상되는 취약계층은 1∼2단계에선 인상액 전액을 경감해 주고 3단계에서는 50%를 줄여주는 방법 등으로 부담을 덜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산 보험료의 경우 ‘공제 제도’가 도입돼 비중이 점차 축소된다. 3단계가 시행되면 시가 1억원(과표 기준 5000만원) 이하의 재산에는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무주택자는 전월세 보증금의 30%를 재산으로 환산해, 전세 기준 1억6700만원 이하 가구는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자동차 보험료 부담도 점차 줄어든다. 지금은 출고된 지 15년 안 된 모든 자동차(영업용 제외)에 보험료가 매겨진다. 1단계로 배기량 1600㏄ 이하 소형 승용차(4000만원 이하), 9년 이상 자동차, 승합·화물·특수 자동차에는 보험료가 면제된다. 3단계에선 3000㏄를 초과한 고가 차(4000만원 이상)에만 보험료가 부과된다. 공적연금이나 일시 근로소득(일용직)의 경우 현행 소득의 20% 보험료 부과에서 1단계 30%, 3단계 50%까지 상향된다.

배우자, 자녀 1명과 함께 4000만원 전세에 살고 1600㏄ 차량을 보유한 A씨(47)의 연 과세소득이 150만원이라고 한다면 현 시스템에선 평가소득에 6만3000원, 전셋값에 1만2000원, 자동차에 4000원의 보험료가 각각 부과돼 모두 7만9000원을 매달 내야 한다. 앞으로 재산과 자동차 부과 보험료는 ‘제로(0)’이고 종합소득 보험료 1만8000원만 내면 된다.

복지부 시뮬레이션 결과, 1단계에선 전체 지역가입자 757만 가구(2016년 2월 기준) 가운데 583만 가구가 월 2만원, 3단계로 나아가면 606만 가구가 4만6000원의 보험료 인하 혜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하지만 고소득·자산가(소득 상위 2%, 재산 상위 3%)들은 1단계 34만 가구에서 월평균 5만원, 3단계 16만 가구에서 월평균 9만원의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