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LG실트론 인수… 반도체 수직계열화 급진전

입력 2017-01-23 21:08 수정 2017-01-24 00:29
재계 3위 SK와 재계 4위 LG가 ‘빅딜’을 단행했다.

㈜LG는 보유 중인 LG실트론 지분 51%(3418만1410주) 전량을 SK㈜에 매각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공시했다. 가격은 주당 1만8139원으로 총 6200억원 규모다. 양사는 이날 이사회 승인을 거쳐 매각을 결정했으며, 기업결합 신고 및 승인 절차를 거쳐 연내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LG는 지난해부터 LG실트론 매각 방침을 세우고 국내외 기업들과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LG는 “직원의 고용 안정성과 시너지 효과 등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SK를 최종 인수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LG실트론 직원에 대한 고용 보장에 합의하고, 근로조건을 유지하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LG실트론은 반도체의 기초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를 제조하는 업체다. 국내에서 웨이퍼를 제조·판매하는 건 LG실트론이 유일하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14%로 전체 4위 규모다.

SK와 LG는 이번 거래가 서로에게 ‘윈-윈’이 된다고 판단했다. SK는 반도체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졌다. SK는 반도체를 만드는 SK하이닉스가 있고, 지난해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반도체 소재사업에 진출했다. 삼불화질소(NF3) 세계 1위 업체인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산업용가스 제조사인 SK에어가스를 인수하고 합작법인인 SK트리켐과 SK쇼와덴코를 설립하는 등 반도체소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SK는 LG실트론 인수로 웨이퍼, 특수가스 등 반도체 핵심 소재사업과 반도체 완제품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 및 국내 사업장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국내 반도체 제조사의 안정적 소재 구매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LG로서는 주력사업 및 신성장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실리콘 웨이퍼 사업을 매각함으로써 핵심 역량에 더욱 집중할 발판을 마련했다. LG는 LG실트론 매각으로 확보한 재원을 미래 신성장 동력 분야에 투자하거나 외부 기업 인수·합병(M&A)에 활용할 계획이다.

LG가 계열사를 매각한 건 2003년 LG카드 경영권을 포기한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에는 경영상 어려움 때문이었지만 이번에는 핵심사업 집중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LG는 이번 매각으로 반도체 제작 분야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단 반도체 설계업체인 LG실리콘웍스는 계속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 로봇 등 미래 신산업에 반도체 설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