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D, 동아시아 구축 급물살… 고민 깊어지는 한국
입력 2017-01-24 05:03
동아시아에서 미사일을 둘러싼 ‘창과 방패’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북한이 연초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입장을 시사했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는 최첨단 미사일 방어시스템 개발로 맞불을 놓았다.
트럼프 새 행정부는 20일(현지시간) 대통령 취임식 직후 공개한 국방과제 가운데 하나로 이란·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최첨단 미사일 방어시스템 개발을 꼽았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미국이 개발 중인 레이저 무기와 전자 레일건, 레이저 탑재 무인기(드론) 등 지향성 에너지를 활용한 첨단 무기와 성능이 대폭 개량된 신형 요격미사일을 이 지역에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최근 고성능 해상기반 X-밴드레이더(SBX·Sea-Based X-Band Radar)를 일본 해상 가까이 배치한 것도 이러한 구상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하와이에 배치됐던 SBX가 북한에 가까운 서태평양상에 고정 배치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한반도 주변에서 미사일방어체계를 차근차근 구축해 왔다. 미국은 1980년대 말부터 일본과 미사일방어 공동연구를 시작했으며 주일 미군기지 및 일본 본토 방어용으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체계를 갖췄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핵심 부분인 지상배치 X-밴드레이더도 설치했다. 사드의 요격포대도 일본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사드 배치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미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에는 고도 250∼1500㎞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미사일이 장착돼 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은 적 미사일이 발사되는 초기단계와 비행단계, 적 미사일 대기권을 뚫고 내려와 목표물을 향해 하강하는 종말단계로 구성된다. 미국은 단계마다 중첩적인 요격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본토에 떨어지는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알래스카를 중심으로 지상발사요격체계(GBI)도 배치해놓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미국 입장에서는 초기단계로, 적 미사일 발사 시 요격이나 미사일 궤적추적의 주 역할을 맡게 된다. 북한이 KN-08이나 개량형인 KN-14와 같은 ICBM을 발사할 경우 정확한 요격을 위해 발사 각도와 궤적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과 같은 동맹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한국군의 고민은 깊다. 미국 신행정부가 동맹국의 역할 강화를 강조하며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에 편입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미사일방어 구축의 1차적인 대상은 북한이지만 중국의 미사일 개발에 대한 견제 의도도 들어 있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오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아직까지 미국이 추진하는 최첨단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우선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에 주안점을 둔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ICBM 시험발사가 지속될 경우 커지는 미국의 압박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