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3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들어온 뒤 주도했다”며 “김 전 실장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지시를 내렸고, 블랙리스트 적용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와 제 동료, 후배들이 목격하고 경험한 모든 정보를 취합할 때 분명히 김 전 실장에게 무거운 책임이 있다”며 “유일하게 김 전 실장 혼자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오후 2시7분쯤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나타낸 유 전 장관은 작심한 듯 20분 넘게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된 얘기를 쏟아냈다. 그는 “현 정권은 자기네들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을 철저히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해 모든 공권력을 동원했다”며 “경찰과 검찰, 국세청, 관세청, 심지어 감사원까지 정권과 생각이 다른 인사들을 핍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었다”고 강조하며 “2014년 1월과 7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렇게 하시면 정말 큰일 난다’고 말씀드렸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묵묵부답이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이런 일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박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 작성을 그만둘 것을 건의했지만 박 대통령이 묵살했다”고 덧붙였다. 유 전 장관은 “민주화되면서 없어졌던 것이 다시 부활했다. 대한민국 역사를 30년 돌려놨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관련해 전·현직 장차관 4명이 구속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송수근 문체부 장관 직무대행, 유동훈 제2차관, 실국장들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문체부는 사과문에서 “예술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을 지키는 보루가 돼야 할 문체부가 문화예술 지원의 공정성 문제를 야기한 것에 대해 너무나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황인호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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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靑 들어온 뒤 ‘블랙리스트’ 주도”
입력 2017-01-23 18:19 수정 2017-01-24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