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돛을 올린 트럼프호(號)가 벌써 논란에 휩싸였다. 거짓말과 궤변을 쏟아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숀 스파이서(사진) 백악관 대변인이 21일(현지시간) 첫 공식 언론 브리핑에서 거짓 주장을 남발했다고 보도했다. 스파이서는 지난 20일 치러진 트럼프 취임식과 관련해 “기자들이 취임식 참석자 수를 의도적으로 줄였다”며 “이번이 역사상 최다 인파가 모인 취임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취임식 당일 42만명이 워싱턴DC 지하철을 이용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당시 31만7000명과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취임식장 주변의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처음으로 바닥에 깔개를 덮는 바람에 빈자리가 많아 보였다”거나 “강화된 검문검색 탓에 과거 취임식과 달리 행사장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스파이서는 이 같은 주장을 늘어놓은 뒤 질문도 받지 않고 퇴장했다.
미 언론들은 4분30초짜리 거짓 브리핑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폴리티코는 2013년 오바마 취임식 때도 깔개가 사용된 것은 물론 78만3000명이 지하철을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검문검색 역시 이전 취임식과 달라진 점이 없다고 폴리티코는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대변인이 준비된 성명을 읽으면서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구글 검색이 도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콘웨이는 NBC방송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스파이서가 왜 첫 브리핑부터 잘못된 내용을 말한 것 같으냐’는 앵커의 질문에 “당신은 잘못된 내용이라고 말하지만 스파이서는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을 말한 것이다. 이는 거짓이 아니다”고 옹호했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중요한 것은 인파의 규모가 아니다. 대통령을 흔들려는 공격과 시도”라며 도리어 언론을 비난했다.
백악관 참모진의 잇따른 거짓말과 궤변은 트럼프의 ‘언론과의 전쟁’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중앙정보국(CIA)을 방문한 자리에서 ‘오바마 때의 절반도 안 되는 80만명이 취임식에 모였다’는 언론 보도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취임식 인파는 150만명쯤”이라며 “(언론인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정직한 인간들”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미 언론의 전통적인 대통령·정부 보도 방식은 사실상 사망했다”고 WP는 평가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취임식 최다 인파 거짓말 아냐… 대안적 사실” 궤변
입력 2017-01-23 18:14 수정 2017-01-23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