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있었습니다.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고, 외면받는 이웃을 보듬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서울 새문안교회 대학생회 이야기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는 1966년부터 88년까지 새문안대학생회의 활동을 담은 책 ‘시대의 횃불’의 출판감사예배가 열렸습니다. 대학생회 출신이자 교회사학자인 탁지일(부산장신대) 교수가 당시 청년이었던 이들의 자문을 구해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대학생회는 70∼80년대 한국교회 민주화 운동의 산실이었습니다. 70년 11월 전태일 열사의 죽음 직후 대학생회 학생 65명은 ‘참회와 호소의 금식기도회’를 엽니다. 횃불집회를 시도하며 기독학생들의 의식을 깨웠고, 교회와 사회에 역사적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독청년들은 일반 학생운동에 개별적으로 참여했을 뿐 기독교 또는 교회의 이름으로 시위나 농성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대학생회의 ‘참회와 호소의 금식기도회’는 기독학생운동의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로 인해 당시 중앙정보부와 경찰 등 당국의 감시도 받았지만 대학생회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공명선거활동에 나섰고 도시빈민 선교 등 사회활동과 유신반대 및 민주주의 수호 운동에도 나섭니다. 그 결과 74년 민청학련사건이 벌어졌을 때 대학생회 회원 7명이 옥고를 치렀습니다.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그들이 엄혹한 탄압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신앙정체성이 확고했기 때문”이라 평가했습니다. 당시 대학생회 회원들은 주일에는 성경공부를 하고 예배를 드렸지만 주중에는 신학, 사회과학, 문학을 공부하고 매주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교회 최초로 노동자야학을 실시했고, 농촌봉사활동도 활발히 했습니다.
대학생회 회원들은 이후 교계와 학계, 정계 등 각 분야로 진출했습니다. 김용담 전 대법관, 민중신학자인 권진관 성공회대 교수, 부길만 전 출판문화협회 회장, 서명선 전 여성개발원 원장,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75년도 대학생회 회장을 맡았던 이근복(크리스천아카데미원장) 목사는 “대학생회에서 확립 된 가치관의 영향으로 신학대학원 졸업 후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노동자 선교사역에 뛰어들었고, 이후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것이 교회의 본질임을 알리는 사역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70년 8월에 만들어진 대학생회의 헌장 일부가 눈길을 끕니다. ‘오늘의 교회가 현실을 외면함으로 도피적 태도와 안일한 자기만족에 빠져있음을 고백한다. 물질주의를 추방하고 사회정의를 구현함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자.’
47년 전 청년들이 교회를 향해 내뱉은 쓴소리가 여전히 유효한 것 같아 씁쓸합니다. 개교회주의, 성장주의에 빠져 본질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오늘의 한국교회는 무엇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까요.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미션 톡!] 외면받는 이웃들 보듬고 민주화 횃불이 된 청년들
입력 2017-01-23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