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미사일 실험 실패 고의적 은폐

입력 2017-01-24 05:01
영국 정부가 핵탄두 미사일 발사 실험에서 중대한 실패를 했지만 이를 고의적으로 숨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선데이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영국이 지난해 6월 미국 플로리다 앞 해상에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Ⅱ D5’ 발사실험을 했지만 이 미사일이 목표물이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미사일은 9012㎞ 떨어진 아프리카 쪽 대서양을 목표 지점으로 삼았지만 정반대 방향인 미국 쪽으로 날아갔다. 미사일에 핵탄두는 탑재되지 않았다.

선데이타임스는 당시 정부가 노후화된 트라이던트 시스템 유지 보수에 400억 파운드(약 57조9176억원)를 투입할지를 두고 의회 심의를 한 달 앞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발사 실패 사실을 숨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라이던트 발사 시스템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면서도 미사일 발사 실패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관련 사실을 은폐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고,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도 “재앙적인 사고”라고 날을 세웠다.

트라이던트Ⅱ에는 8∼12개의 다탄두 개별유도 핵유도탄(MIRV)을 적재할 수 있다. 위력은 1945년 태평양전쟁 중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1000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