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 주범으로 지목된 최순실씨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특검 조사에 불응하며 ‘버티기’에 나선 최씨와 어떻게든 감방에서 끌어내 조사실에 앉히겠다는 특검이 맞서고 있다. 특검은 일단 최씨를 체포한 뒤 진술태도를 보고 향후 신병처리 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3일 특검이 청구한 최씨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특검은 최씨 강제구인 시기를 오는 26일로 검토하고 있다. 24일과 25일 잡혀 있는 최씨 재판 일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체포영장 집행으로 확보하게 되는 48시간을 오롯이 최씨 조사에 쓰기 위한 조치다.
특검은 우선 최씨의 이화여대 ‘학사농단’ 관련 혐의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 최씨 체포영장에는 이와 관련된 업무방해 혐의만 적시됐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23일 “수사진행 상황을 보면 이대 학사비리 수사가 가장 빠르게 종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우선 이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던 최씨의 뇌물혐의는 이번 체포영장에서 빠졌다. 특검은 최씨에게 체포영장에 기재된 혐의 외에는 원칙적으로 질문을 던질 수 없다. 이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여러 상황 변화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현재 최씨를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을 실질적으로 수수한 공범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부회장에 적용된 뇌물공여 혐의에 “소명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검 입장에서는 당장의 보강수사가 더 시급한 셈이다. 이날 국민연금공단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을 소환한 것도 이런 수사 보완의 일환이다.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찬성 결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일단 최씨 업무방해 혐의를 조사하며 진술태도 등을 살핀 뒤 향후 뇌물수사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최씨는 현재 검찰조사 과정까지 문제 삼는 등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7번의 특검 소환통보 중 최씨가 응한 건 한 차례에 불과하다. 특검 관계자는 “쉽게 말해서 조사를 해봐야 앞으로 진술을 할지, 아니면 계속 안 나올 것인지 태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불러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특검은 최씨에 다른 혐의를 적용한 체포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구속영장 청구도 고려되고 있다.
정현수 황인호 기자 jukebox@kmib.co.kr
감방서 버티는 최순실 VS 끌어내려는 특검
입력 2017-01-23 18:19 수정 2017-01-23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