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산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답을 정해 놓고 물어보는 듯한 이 질문과 유사한 정부 설문조사가 있다. 바로 기획재정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후 23일 발표한 ‘2016년도 복권에 대한 국민 인식도 조사’다. 국민 70% 이상이 복권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이 조사 결과의 골자다.
설문지를 살펴보면 긍정 답변이 압도적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우선 종합평가를 제외한 총 7개의 질문 가운데 4개가 ‘당첨이 안 되어도 좋은 일’ ‘나눔 행위’ 등 긍정적인 내용이다. 이 질문들은 1번부터 앞부분에 몰려 배치돼 있다. ‘일확천금을 좇는 도박’ ‘돈 낭비’ 등은 뒤에 나온다.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은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질문 순서가 반대로 되어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종합평가 질문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여러 측면을 고려해 봤을 때 복권이 있어 좋다’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 ‘아니다’로 대답해야 한다.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71.1%였고, 기재부가 “복권이 건전한 레저·오락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한 근거로 쓰였다.
복권의 사행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14.8%로 카지노(93.5%) 경마(91.5%) 등에 비해선 매우 낮게 집계됐다고 기재부는 강조했다. 하지만 2015년에는 14.5%가 복권의 사행성을 높게 봤고, 1년 뒤 조사에서 이 비율이 상승했다는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로또 복권의 판매량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세수 호황에 힘을 보탰다. 그러는 사이 가계부채는 13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불황과 부채에 시달리는 국민의 ‘한탕주의’를 부채질하기보다는 착실하게 노력하면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쓸 때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현장기자-유성열] 국민 70%가 복권 긍정 평가한다는 정부
입력 2017-01-23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