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발생한 ‘계란대란’이 잦아들고 있다. 정부의 계란 수입 지원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근대적인 계란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계란유통은 수십 년간 영세한 중간유통상이 난립한 낙후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생산농가(1061호)보다 중간상(2414개)이 배 이상 많아 이들이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는 주기적으로 적정 계란 가격을 고시하지만 실제 유통가격은 이와 별개로 이뤄지고 있다. 양계협회 설명에 따르면 AI 발생 전 계란 고시가격은 특란 기준 120원 정도였다. 그러나 중간상들은 절반에 가까운 50원을 할인해 농가로부터 70원에 계란을 구매한다. 중간상은 여기에 마진을 붙여 120원 정도에 마트 등 소매상에 넘기고, 소매상은 여기에 다시 20∼30원을 더 붙여 140∼150원에 판매하는 구조다. 단 2단계를 거치지만 소비자는 농가 구매 가격(70원)의 배 이상을 내야 하는 셈이다. 또 중간상들은 계란 납품가를 농가에 바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구입한 계란이 소매상에 넘어갈 때 기준으로 15일이나 한 달 이후에야 대금을 지급한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23일 “중간상이 가격 결정권을 불투명하게 결정하면서 농가와 소비자 모두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런 유통구조는 AI 발생 등 방역에도 구멍을 내고 있다. 소규모 중간상이 난립해 계란 수집 차량이 통제되지 않으면서 AI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런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농가는 계란 출하 시 결제대금 액수를 알 수 없고, 중간업체가 계산해 주는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전근대적인 유통방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달부터 이달 초 실시한 계란 사재기 및 유통·위생실태 합동점검 결과 “사재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계란값 상승은 판매업체보다 생산자(농가)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발표에 농가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설 등 계란 수요가 많을 때 중간상들이 관행적으로 보름이나 한 달 정도 출하를 늦추는데 이것이 사재기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난립한 영세 유통업체를 대신해 거점별로 판매가격과 위생 등을 총괄하는 계란유통센터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계란유통센터가 생기면 지금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가격 결정이 가능해지고 유통업자와 농가 접촉 차단으로 AI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온적인 입장이다. 김 의원은 “식약처가 2015년 1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보고 이후 갑자기 유통센터 건립에 미적대고 있다”며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을 거치면서 왜 (건립 계획이) 흐지부지됐는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기획] 계란대란 재발 막으려면 낙후된 유통구조 개선해야
입력 2017-01-24 05:01